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 24일 만에 누적 관객 8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흥행 열기가 대형 아이맥스 상영관으로 집중되면서 일부 좌석이 수십만원에 거래되는 암표 문제까지 불거졌고, 극장과 정부가 잇따라 대응에 나섰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지난 28일 21만1180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 801만7492명을 기록했다. 지난 5일 개봉한 이후 24일 만에 8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각각 개봉 26일째 800만명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이틀 빠르다. "오디세이"는 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며 장기 흥행에 들어갔다.
관객이 특히 몰린 곳은 아이맥스 상영관이다. "오디세이"는 영화 전체 분량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으로, 일반 상영관보다 아이맥스에서 영화를 보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은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대형 아이맥스 상영관으로 꼽힌다.
문제는 좌석 확보 경쟁이 암표 거래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정상 가격이 2만원대인 아이맥스 영화표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10만원 이상으로 올라왔고, 일부 매물은 30만원에서 최고 35만원에 등장했다. 좋은 좌석을 선점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파는 거래가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예매가 어렵다는 관객들의 불만도 커졌다.
CGV는 결국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의 예매 수량을 제한했다. 지난 27일 공지를 통해 아이맥스 영화의 예매 가능 수량을 1회 최대 4매, 하루 최대 4매로 한시적으로 조정했다.
하루 최대 예매 수량과 한 차례 예매 한도가 모두 4장으로 묶이면서 한 번에 4장을 예매한 이용자는 같은 날 추가로 좌석을 확보할 수 없다. 조치는 공지 이후 예매분부터 적용됐다.
CGV는 최근 아이맥스 예매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관객에게 예매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예매 환경을 운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영화진흥위원회도 영화 암표 관련 제보를 받고 있다. 개별 극장의 예매 제한을 넘어 영화표 재판매 시장을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정부도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8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암표 방지 민관 합동 점검회의에서 최근 특정 영화관을 중심으로 제기된 암표 문제를 언급하며 영화 분야까지 암표 규제를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연과 스포츠 경기에서는 암표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매를 목적으로 한 부정구매와 상습·영업 목적의 고가 재판매가 금지됐다.
위반하면 판매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부정판매 신고자에게는 해당 위반행위자에게 부과된 과징금의 50% 범위에서 신고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영화표는 이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영화는 공연법이나 국민체육진흥법이 아닌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오디세이" 암표 문제가 커지면서 제도상의 빈틈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국회에는 이미 영화 암표 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판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영화 입장권을 구매한 뒤 정상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법 개정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관련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극장가에서는 "오디세이"의 흥행이 계속되고 있다. 개봉 4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이맥스 상영관을 중심으로 좌석 확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800만 관객 돌파라는 흥행 기록 뒤에서 정상 가격의 10배가 넘는 암표까지 등장하면서 영화 한 편의 흥행이 예매 시스템과 관련 법률의 사각지대까지 끌어낸 상황이다.
공연과 스포츠 암표는 이미 법적 규제 대상에 들어갔지만 영화 암표를 직접 규제할 제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극장의 예매 수량 제한만으로 고가 재판매를 얼마나 차단할 수 있을지, 국회에 계류된 영화 암표 규제 법안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가 남은 쟁점이다.
이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