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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맥주사·전문의약품 사용에 법원 제동…"면허 범위 밖"

이수민 기자 | 입력 26-08-28 23:22



한의사가 약침액을 정맥에 직접 투여하거나 한방 시술 과정에서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제 등 전문의약품을 사용하는 행위는 한의사 면허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잇따라 나왔다. 2022년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면서 제시한 새로운 판단 기준도 치료행위 전반으로 확대할 수 없다고 법원은 선을 그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 11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한 A씨는 2022년 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환자 10명에게 안면 시술을 하면서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과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 주사액을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피부에 흡수성 실을 삽입하는 매선 시술 등을 하면서 통증과 염증을 줄이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해당 의약품을 사용했다. A씨 측은 이 같은 처치가 한의학적 원리를 현대적으로 응용·발전시킨 진료행위이며 사용량과 방법도 안전한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쟁점 가운데 하나는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사건에서 제시한 판단 기준을 이번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느냐였다.

당시 대법원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상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와 보건위생상 위해 가능성, 한의학적 의료행위와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도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법은 이 기준을 의약품을 이용한 치료행위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한정해 제시된 것으로, 현 단계에서 다른 의료행위 전반으로 확대할 수 없다는 취지다.

진단과 치료의 차이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진단행위와 이를 토대로 이뤄지는 치료행위가 서로 연결돼 있더라도 두 행위는 정의상 구분되는 만큼 동일하게 취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리도카인과 덱사메타손이 전문의약품이라는 사실만으로 한의사의 사용이 곧바로 금지된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전문의약품인지 여부와 이를 사용한 의료행위가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결정적인 부분은 의약품의 개발 원리와 실제 사용 방식이었다.

재판부는 리도카인과 덱사메타손이 서양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따라 개발됐고 경련이나 호흡억제, 감염증, 소화성 궤양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사용 과정에서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두 의약품을 각각 "완통약침"과 "염증예방약침"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한 점도 면허 범위를 인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했다. 법원은 실제 사용이 기존 서양의학적 약리기전에 따른 효능과 효과를 얻으려는 방식이었다고 봤다.

매선 시술 과정에서 통증과 염증을 줄이기 위해 소량을 보조적으로 사용했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된 치료수단인지 보조수단인지에 따라 의료인의 면허 범위가 달라진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한방의료행위에 수반되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보조적인 처치라는 이유만으로 면허 범위에 포함할 경우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를 구분하는 현행 의료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에 약침액을 정맥에 투여한 한의사에게도 유죄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지난 12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B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한방병원에서 근무하던 B씨는 2023년 11월 환자의 혈관에 설치된 해파린캡에 주사기를 연결해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두 차례 정맥주사를 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자신이 시행한 처치가 한의사 면허 범위에서 가능한 "혈맥약침술"이라고 주장했다. 약침이 한방 의료행위로 인정되고 있는 만큼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다는 고의도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보건복지부가 약침요법을 한의학 고유의 경락학설에 따라 한약에서 추출한 약침액을 압통점이나 경락·경혈점 등에 주입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한방 원리에 의하지 않고 정맥에 주사하는 행위까지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B씨가 다량의 약침액을 정맥에 투여한 행위가 한의학적 침술의 효과보다는 약물 자체의 효과를 얻기 위한 처치라고 판단했다. 사용된 약침액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별도로 인정됐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B씨의 정맥주사 행위를 한의사 면허 범위를 넘어선 의료행위로 판단하고 의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두 판결은 모두 1심 판단이라는 점에서 향후 상급심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특히 2022년 대법원이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계기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이후 그 법리가 치료행위와 의약품 사용에는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남아 있다.

진단기기 사용과 달리 약물을 인체에 직접 투여하는 치료행위에서는 약리작용과 부작용, 투여 방법에 필요한 전문지식이 면허 범위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됐다. 의료기술과 한방치료 방식이 계속 결합되는 상황에서 진단과 치료 사이의 면허 경계를 어디에 설정할 것인지는 앞으로도 법원과 의료계가 풀어야 할 문제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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