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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잔금은 풀고 내 집 마련 주담대는 막았다…엇갈린 대출문

주민지 기자 | 입력 26-08-25 09:36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했지만 대출 창구의 문은 모든 차주에게 똑같이 열리지 않고 있다. 새 아파트 입주를 위한 집단 잔금대출에는 은행들이 한도를 늘리며 경쟁에 나선 반면, 기존 주택을 구입하려는 개인 주택담보대출은 한도 축소와 접수 제한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실수요자라도 어떤 방식으로 주택을 구입하느냐에 따라 대출 여건이 달라진 셈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신규 분양·입주 단지를 대상으로 집단대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13일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높이고, 이주비·중도금·잔금 등 주택 공급과 직접 연결된 집단대출을 별도로 관리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주요 은행들은 이 단지의 잔금대출 한도를 당초 은행별 1000억원 수준에서 2000억~4000억원까지 확대했다. KB국민은행 3000억원, 신한은행 4000억원, 하나은행 3500억원, 우리은행 2000억원, NH농협은행 3000억원 등 전체 한도는 1조5500억원에 달한다. 기존 5000억원에서 세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은행 간 금리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집단대출은 다수의 입주자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에서도 별도로 취급되면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한도를 배정하는 분야가 됐다.

실제 집단대출 잔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148조9823억원으로 7월 말보다 7398억원 증가했다. 지난 7월 한 달 증가액 6530억원을 불과 20일 만에 넘어섰다.

반면 기존 아파트나 주택을 직접 매수하려는 사람이 이용하는 개별 주담대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하나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일부 실행분 접수를 제한하고 있다. 비대면 주담대와 일부 변동금리 주담대 신규 취급에도 제한을 두면서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제한하고 있으며 다른 주요 은행 역시 영업점별 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상품별 취급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일반 주담대를 관리하고 있다.

NH농협은행처럼 중단했던 일부 주담대 상품의 신규 취급을 재개한 은행도 있지만 은행권 전체가 일반 주담대의 문을 일제히 넓힌 상황은 아니다.

은행들이 집단대출에는 적극적이면서 일반 주담대에는 신중한 이유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3%로 높이면서 금융권 전체에 추가 대출 여력이 생겼지만 늘어난 한도를 모든 대출에 똑같이 배분하지는 않는다. 주택 공급과 직접 연결되는 집단대출이나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등 정책적으로 공급 필요성이 인정되는 분야를 우선적으로 분리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주택 구입 자금이라도 대출을 받는 경로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다.

분양받은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잔금을 치르는 차주는 은행들의 집단대출 경쟁으로 여러 은행의 한도와 금리를 비교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아파트를 매매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은 은행별 주담대 한도와 접수 여부부터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출 기준이 자주 달라지는 점도 실수요자에게 부담이다. 올해 들어 은행들이 가계대출 취급 기준을 수십 차례 조정하면서 주택 계약 당시 가능했던 대출 조건이 실제 잔금 시점에는 달라지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주택 거래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한 뒤 잔금을 치르는 구조여서 대출 조건이 중간에 변경되면 차주가 단기간에 부족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은행별 한도와 금리뿐 아니라 실제 대출 실행 시점까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높인 배경에는 연말마다 반복되는 대출 중단을 줄이고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대출 종류에 따라 규제를 다르게 적용하면서 현장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대출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집단대출과 중금리대출에는 공급 여력을 열어주면서 일반 주담대와 신용대출에 대해서는 기존 관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면서 주택 실수요자의 자금줄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방식이다.

문제는 실수요자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다. 새 아파트 입주를 위한 잔금대출과 기존 주택 구입을 위한 주담대 모두 실제 거주를 위한 자금일 수 있다. 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같은 내 집 마련 수요가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받는 상황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금융당국에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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