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잇따른 경찰의 부실 사건 처리와 기강 해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국무총리실에 경찰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의 권한이 한층 커지는 상황에서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과 내부 통제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최근 경찰의 기강 해이 문제, 또 치안 문제에 있어서의 무책임, 이런 것들이 꽤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최근에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라며 이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앞으로 경찰이 갖게 될 권한의 크기를 짚었다.
이 대통령은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도 강화돼야 된다"며 "지금 경찰이 아마 국가 기구 중에서 앞으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이 확대된 권한에 걸맞은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두고 국민적 우려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경찰 개혁을 논의할 별도 기구 구성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경찰을 어떤 방식으로 개혁할 것인지와 경찰 개혁 기구 구성 문제를 검토해 달라고 총리실에 요청했다. 개별 사건 담당자의 징계에 그치지 않고 경찰 조직의 권한과 책임, 내부 통제 구조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이번 발언은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사건 부실 처리 문제가 경찰 조직 전체의 관리 책임 문제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제주에서는 실종 신고를 담당한 현직 경찰관이 실종자와 실제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기록한 뒤 사건을 종결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씨 사건에서는 담당 경찰관이 장씨와 통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처리해 사건을 종결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초기 수색도 중단됐다.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지난 24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신원과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감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경찰관이 담당했던 또 다른 실종사건에서도 비슷한 허위 종결 혐의가 확인됐다. 지난 7월 실종 신고된 60대 남성의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처리했지만 해당 남성은 신고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해당 경찰관이 지난해 3월부터 담당했던 200여 건의 실종사건을 다시 확인하면서 안전 확인 없이 종결하거나 전산 기록을 사실과 다르게 처리한 사건이 추가로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도 실종사건 관리 절차를 손보기로 했다. 현재 실무자가 처리할 수 있는 실종 해제 과정에 관리자 확인 절차를 추가해 담당자가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이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을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경찰의 수사 권한 확대 문제도 이번 개혁 논의와 맞물려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진행되면서 경찰은 수사의 시작부터 종결까지 담당하는 핵심 수사기관으로 역할이 커지게 된다.
수사 권한이 커질수록 일선 경찰관의 잘못된 판단이나 사건 처리를 걸러낼 지휘·감독 체계와 내부 통제 장치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 대통령이 이날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경찰 개혁을 단순한 기강 확립에 그치지 않고 형사사법체계 변화와 연결해 다루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총리실이 마련할 개혁 방안의 구체적인 범위와 개혁 기구의 구성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찰 내부 감찰과 지휘·감독 체계, 사건 종결 절차와 확대된 수사권을 견제할 장치 등이 논의 과정에서 다뤄질 수 있다.
검찰청 폐지 이후 경찰이 이전보다 큰 수사 권한을 갖게 되는 상황에서 제주 실종사건을 통해 드러난 내부 통제 실패를 어떻게 막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통령이 총리실에 직접 개혁 방안 마련을 주문하면서 경찰의 권한 확대와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맞출 것인지가 정부의 후속 조치에서 다뤄질 문제로 남았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