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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견디고 대중 앞에 선 배우들…긴 기다림이 만든 ‘인생 역전’

이지원 기자 | 입력 26-08-24 23:48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들에게도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다. 오디션에서 거듭 탈락하고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무대와 단역을 오가면서 수년에서 길게는 20년 가까이 버틴 끝에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배우들이 있다.

배우 라미란은 대표적인 늦깎이 스타로 꼽힌다. 오랜 기간 연극 무대와 영화의 작은 역할을 거치며 활동하다 영화 "댄싱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등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특히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준 생활 밀착형 연기는 라미란이라는 배우의 이름을 폭넓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넘나들며 주연급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무명에 가까웠던 긴 시간이 다양한 인물을 소화하는 연기 경력으로 쌓인 경우다.

허성태 역시 배우가 되기까지 다른 길을 걸었다.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뒤늦게 배우의 길에 뛰어들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떠난 뒤 오디션과 단역을 거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영화 "밀정"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데 이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장덕수 역을 맡으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배우가 되기 전 직장인으로 보냈던 시간과 뒤늦은 데뷔 과정도 함께 주목받았다.

전석규는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연기 경험을 쌓았다. 약 12년 동안 무대에서 활동하며 연기의 기본기를 다진 뒤 영화와 드라마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영화 "범죄도시"와 "모범택시" 등 대중적인 작품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이정은 역시 오랜 무대 활동을 거쳐 뒤늦게 대중적인 주목을 받은 배우다. 연극과 뮤지컬, 영화와 드라마의 크고 작은 배역을 거치며 활동을 이어갔고 영화 "기생충"의 가정부 문광 역을 통해 세계 영화계의 시선까지 받았다.

안보현은 모델 활동을 거쳐 연기자로 전향했다. 배우로 자리를 잡기 전까지 여러 작품에서 작은 역할을 맡으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장근원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후 주연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박해준도 오랜 연극 활동과 조연 생활을 거쳤다. 다양한 작품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 역을 맡으면서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한 작품이 오랫동안 축적된 경력을 대중에게 드러내는 계기가 된 사례다.

박해수는 오랜 기간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한 뒤 영상 작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주연을 맡으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고 이후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알려졌다.

류승룡 역시 긴 무명과 조연 생활을 거친 배우다. 30대 중반까지 연극과 영화의 크고 작은 역할을 맡으며 활동했고 이후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7번방의 선물", "명량", "극한직업" 등 흥행작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주연 배우로 자리 잡았다.

조우진은 영화 "내부자들"을 계기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상경 이후 오랜 기간 연극과 단역, 조연을 오가며 연기를 이어간 끝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꾸준히 주요 배역을 맡았다.

유해진 역시 극단 생활과 영화의 단역·조연을 거쳐 자신의 영역을 만든 배우다. "왕의 남자", "타짜", "전우치", "해적" 등 여러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고 이후 주연까지 활동 폭을 넓혔다.

이들의 경력에는 공통점이 있다. 유명해지기 전부터 연기를 계속했다는 점이다. 무대에 서고 작은 역할을 맡았으며 오디션에서 떨어진 뒤에도 다음 작품을 찾았다. 배우 활동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웠던 시기에는 다른 일을 병행한 사례도 있었다.


다만 배우별 무명 기간이나 아르바이트 기간을 몇 년이라고 단정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데뷔 시점과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시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기간이 달라지고, 과거 인터뷰에서 언급된 경력이 온라인에서 재인용되는 과정에서 숫자가 달라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 작품의 성공만 떼어놓고 보면 갑자기 등장한 스타처럼 보이지만 그 이전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경력이 있었다. 수년 동안 이어진 무대 경험과 단역, 조연의 시간이 어느 순간 작품과 배역을 만나면서 대중에게 드러난 것이다.

결국 이들의 이야기를 단순한 "인생 역전"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성공한 순간보다 그 이전의 시간이 훨씬 길었던 배우도 적지 않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기간에도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마련돼 있는지는 지금도 배우를 꿈꾸는 무명 연기자들에게 남아 있는 현실적인 문제다.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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