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장미란 씨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관이 지난해부터 200여 건의 실종 신고를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경찰관이 담당했던 또 다른 실종자도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은 해당 경찰관이 처리한 실종 사건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24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은 지난해 3월부터 실종 업무를 담당하면서 200여 건의 실종 신고를 종결 처리했다.
경찰은 A 경장이 처리한 사건 가운데 실종자의 안전이 실제로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사건을 종결했거나 전산 기록을 사실과 다르게 입력한 사례가 추가로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A 경장의 사건 처리 방식은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 씨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께 제주시 한림읍에서 장기 투숙하던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장 씨의 남자친구는 같은 달 15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나 신고를 담당한 A 경장은 장 씨와 실제로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신고자에게 "장 씨와 연락이 닿았고 무사하다"는 취지로 말한 뒤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경장은 신고 접수 약 2시간 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했고 경찰의 실종자 관리 시스템인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된 장 씨 관련 자료도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A 경장의 사건 종결 이후 장 씨에 대한 수색도 중단됐다. 당시 112 신고에 따라 한림항 일대에서 수색하던 경찰관들도 철수했다.
장 씨 남자친구가 이후 다시 신고하려 했지만 기존 사건 기록 때문에 제대로 접수되지 않았고, 가족이 지난달 서울에서 다시 실종 신고를 하면서 수색이 재개됐다.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24일 오전 10시 46분께 제주시 한림읍 일대에서 합동 수색을 벌이던 경찰관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지점은 장 씨가 실종되기 전 머물렀던 숙소에서 약 1㎞ 떨어진 곳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감식과 신원 확인 절차를 통해 정확한 신원과 사망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
A 경장이 담당한 다른 실종 사건에서도 비슷한 허위 종결 혐의가 확인됐다.
지난 7월 2일 실종 신고가 접수된 60대 남성 B씨 사건에서도 A 경장은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기록하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다시 확인한 뒤 수색을 재개했지만 B씨는 실종 신고 51일 만인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한 경찰관이 담당한 복수의 실종 사건에서 비슷한 허위 종결 혐의가 잇따라 나오자 경찰은 A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담당했던 실종 사건 전반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다만 A 경장이 200여 건의 실종 신고를 처리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사건이 부당하거나 허위로 종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경찰은 개별 사건마다 실종자와 실제 연락했는지, 안전 확인 절차를 거쳤는지, 신고자에게 전달한 내용과 전산 기록이 일치하는지를 다시 확인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A 경장을 긴급체포한 데 이어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경장은 자신의 긴급체포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종 사건 종결 절차도 손보기로 했다.
현재 실무 담당자가 실종 해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에 관리자 확인 절차를 추가해 담당자가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이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을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장 씨 사건과 60대 남성 사건에서 허위 종결 혐의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경찰 내부의 관리·감독 책임도 피하기 어려워졌다. 한 명의 담당자가 장기간 200여 건의 실종 사건을 처리하는 동안 상급자의 검토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다른 사건에서도 안전 확인 없이 종결된 사례가 있었는지가 이번 전수조사에서 규명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