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위한 배치 원칙과 대상 기관 선정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의 유치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기관 분산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공공기관의 기능을 연결하는 방식이 핵심 기준으로 거론되면서 어느 기관이 어느 지역으로 향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는 오는 25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과 관련한 추진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과 소속기관 등 약 350곳이 폭넓게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지역별 배치는 이후 절차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2차 이전에서는 기관의 기능과 지역 산업 간 연계성, 이전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 기존 혁신도시 및 지역 발전전략과의 연계, 지역 간 균형 등이 주요 기준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충청권 4개 시·도는 각자의 산업 구조와 행정 기능을 앞세워 유치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구축된 과학기술 연구개발 기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과학기술 관련 기관이 밀집한 만큼 연구개발과 산업화를 연결할 수 있는 공공기관을 추가로 유치해 지역 혁신산업의 규모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종은 행정수도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다. 중앙부처와의 업무 연계가 많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전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행정·정책 기능의 집적 효과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행정뿐 아니라 정책·금융 등 중앙부처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기관도 유치 대상으로 검토될 수 있다.
충남은 기존 내포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혁신도시 지정 이후에도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지역의 기간산업과 에너지·환경 분야 등을 연계할 수 있는 기관 유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충북 역시 충북혁신도시를 기반으로 한 공공기관 추가 유치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와 반도체 등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기관을 확보해 기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충청권의 경쟁이 치열해진 배경에는 1차 공공기관 이전의 경험이 있다. 공공기관 한 곳의 이전에 그치지 않고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인력이 함께 이동해야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지방정부 사이에서 확산됐다.
정부가 배치 과정에서 지역별 특성을 얼마나 반영할지도 관건이다. 기관 수를 지역별로 나누는 방식보다 공공기관의 업무와 지역 산업을 묶어 배치할 경우 같은 충청권 안에서도 지역마다 유치 가능한 기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충청권에서는 대전의 과학기술, 세종의 행정, 충남의 에너지·환경, 충북의 바이오·반도체 등 각 지역이 확보한 산업 기반을 중심으로 이전 기관을 묶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공공기관 유치가 기존 산업과 연결되지 못하면 이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도 지방정부가 기능 연계를 앞세우는 이유다.
다만 현재 거론되는 기관과 배치 방향은 최종 확정된 결과가 아니다. 정부 논의를 거쳐 이전 계획을 마련한 뒤 지방자치단체와 대상 기관 등의 협의, 지방시대위원회 심의 등 후속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은 수도권 집중 완화뿐 아니라 혁신도시 정책의 성패와도 맞물려 있다. 특히 1차 이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주장해 온 지역과 기존 혁신도시를 보유한 지역 사이에서 배분 기준을 둘러싼 경쟁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첫 시험대는 정부가 제시할 배치 기준이다. 기관 수를 지역별로 나누는 데 그칠지, 지역 산업과 기관 기능을 묶어 새로운 산업 거점을 만드는 방식으로 갈지에 따라 충청권 4개 시·도의 유치 전략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