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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833억 털리고도 6개월 몰랐다…中 금융사들은 먼저 손절

정한영 기자 | 입력 26-08-24 09:25



IBK기업은행 중국법인에서 833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가 수개월 동안 이어졌는데도 은행의 내부통제망이 이를 잡아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현지 금융기관 5곳은 문제가 된 업체와 이미 거래를 중단했지만 기업은행은 위험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대조·확인했다"고 설명했지만 사고는 차주들의 민원이 늘어난 뒤에야 드러났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 중국법인은 현지 비은행 금융기관 A사와 협약을 맺고 현지 차주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대출을 실행했다.

대출 과정에는 온라인 대출 플랫폼 B사가 끼어 있었다. A사는 B사를 통해 대출을 받을 차주를 모집하고 원리금 상환 업무를 처리했다.

자금 구조는 대출과 상환이 서로 달랐다. 기업은행은 차주에게 대출금을 직접 지급했지만 차주가 갚는 원리금은 기업은행 계좌로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 B사가 지정한 계좌로 먼저 입금된 뒤 기업은행이 사후 정산받는 방식이었다.

사고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B사는 차주들의 상환계좌를 임의로 변경한 뒤 납입된 원리금을 기업은행에 전달하지 않고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돈이 기업은행에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전산에는 정상적으로 상환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정보를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는 기업은행에만 그치지 않았다. 차주들은 정상적으로 돈을 갚았지만 기업은행 전산에는 미상환 또는 연체 상태로 남았다. 일부 차주에게는 추심이 진행됐고 신용도 하락 등의 피해도 발생했다. 기업은행 역시 받아야 할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이 지난달 15일 공시한 사고 규모는 833억7600만원이다. 금감원 보고서에 기록된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다. 반년 넘게 문제가 이어진 셈이다.

내부통제 논란이 커진 것은 기업은행의 설명과 실제 사고 인지 과정 사이에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국회에 제출한 답변에서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대조·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이 사고를 처음 인지한 시점은 지난 6월 24일이었다. 정산금이 들어오지 않고 차주들의 민원이 늘어난 뒤였다.

매일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확인했다면 수개월 동안 이어진 자금 누락을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가 내부통제 문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외부에서는 이보다 앞서 위험 신호가 나타났다.

중국 현지 금융기관 5곳은 지난 3월부터 4월 사이 B사를 협력기관 명단에서 제외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금융회사들이 먼저 거래 관계를 끊었지만 기업은행은 해당 업체와 관련된 위험 정보를 제때 확보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사고 발생 이후 시스템을 손질했다. 차주들이 B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자신의 상환 금액을 확인하거나 조기 상환할 수 있도록 별도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정확한 손실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현지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실제 사고 금액과 회수액, 최종 예상 손실액 등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의 대응도 점검 대상에 올랐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으로부터 사고를 보고받은 뒤 내부 보고와 금융권 사고 사례 전파, 사고금액 변동 여부 확인 등을 진행했다. 다만 현재까지 기업은행 관계자를 직접 불러 확인하거나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방식의 서면조사와 현장검사에는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피해금액 보전 등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고 기업은행이 종결 보고서를 제출하면 사고 처리의 적정성을 점검한다는 입장이다.

신동욱 의원은 "기업은행은 대출금은 직접 내주면서 원리금 회수는 외부 플랫폼에 맡겼고, 800억원대 사고가 터지고서야 직접 상환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해외법인의 내부통제와 금융당국의 감독 문제를 지적했다.

이번 사고에서는 중국 현지 업체의 사기 혐의뿐 아니라 기업은행의 대출 관리 구조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은행이 대출금을 직접 지급하면서 원리금 회수 과정은 외부 플랫폼에 의존한 구조가 적절했는지, 매일 진행했다는 대조 작업이 왜 수개월간의 자금 누락을 걸러내지 못했는지가 남아 있다.

특히 중국 금융기관들이 먼저 해당 업체와 거래를 끊었던 사실까지 드러난 만큼 해외법인의 거래업체 위험정보를 수집하고 본점과 공유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833억원 가운데 실제 회수 가능한 금액이 얼마인지와 함께 반년 동안 사고를 발견하지 못한 내부통제 과정에 대한 규명이 남았다.

정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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