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3개월째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장미란 씨 실종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실종 사건 종결 절차를 바꾼다. 담당 경찰관 한 명이 전산상 사건을 해제할 수 있었던 기존 방식에 팀장이나 과장의 최종 승인 절차를 추가한다. 최초 신고 당시 장 씨와 연락했다는 담당 경찰관의 설명과 달리 통화기록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경찰의 초기 대응과 사건 관리 체계가 함께 도마에 올랐다.
경찰청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담당자가 실종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을 확인한 뒤 승인해야 최종적으로 사건이 해제된다. 경찰은 약 한 달 안에 시스템 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도 실종 사건 처리 과정에서 담당자는 관리자에게 처리 내용을 보고하고 적정성을 검토받도록 돼 있다. 문제는 별도의 전산 시스템이다. 관리자의 검토와 별개로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는 실무 담당자가 직접 사건을 해제할 수 있다. 보고 절차와 전산상 종결 절차가 분리돼 있었던 셈이다.
경찰이 이 구조를 손보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장 씨 사건이다.
장 씨에 대한 최초 실종 신고는 지난 5월 접수됐다. 당시 야간 근무를 하며 신고를 받은 A 경장은 장 씨와 직접 만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자체 종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 경장은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경찰이 관련 통신기록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제 통화 여부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됐다. 경찰은 A 경장이 어떤 근거로 사건을 종결했는지와 당시 상급자 보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건은 최초 신고 약 두 달 뒤 가족들이 다시 실종 신고를 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장 씨와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가족들이 재신고했고, 이 과정에서 최초 신고 당시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종 사건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 만큼 두 달의 공백은 적지 않은 문제를 남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CCTV 영상 등 자료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장 씨의 행방을 찾기 위한 수색과 함께 최초 신고 처리 과정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이 마련하는 개선안은 사건 해제 과정에 전산상 "이중장치"를 두는 방식이다. 담당 경찰관이 사건 해제를 요청하더라도 관리자가 실제 보고받은 내용과 시스템에 입력된 해제 사유가 일치하는지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한다.
담당자의 판단만으로 실종 사건이 전산상 종료되는 일을 막고 관리자의 책임도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다. 경찰은 이번 제주 실종 사건을 계기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졌다며 관련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개편 작업을 한 달 안에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스템이 바뀌면 담당자가 실종자를 발견했거나 안전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입력하더라도 관리자가 근거와 보고 내용을 확인해야 사건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 개선과 별개로 장 씨 사건의 초기 대응을 둘러싼 책임 문제는 남아 있다. 실종자의 안전을 어떤 방식으로 확인했는지, 실제 확인 없이 사건이 종결됐다면 기존 관리·보고 절차가 왜 이를 걸러내지 못했는지가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한다.
가족의 재신고가 없었다면 최초 신고가 종결된 상태로 남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찰이 뒤늦게 "셀프 종결"을 막는 장치를 마련하기로 한 가운데, 장 씨를 찾기 위한 수색과 함께 최초 신고 이후 사라진 두 달의 책임을 밝히는 일이 남았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