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근무한 전직 경리 중심 의혹…경찰, 자금 흐름 추적
입주자대표회의 “2008년부터 허위 기재 방식” 주장…정확한 피해 규모 수사 중
광주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등 약 440억 원이 횡령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1일 경찰과 지역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광주경찰청은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경리 업무를 담당했던 40대 여성 A씨와 전직 관리사무소장, 친인척 등 관련자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피해 주장 금액 약 440억 원”
이번 사건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비 계좌 등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자금 유출 정황을 발견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계좌 추적 과정에서 가족 등과 관련된 100여 건 이상의 개인 거래가 확인됐으며,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 주장 금액이 약 440억 원에 이른다는 입장이다.
특히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A씨가 2008년부터 전기요금과 승강기 유지관리비, 장기수선충당금 등을 허위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린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440억 원은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주장하는 규모로, 실제 횡령액과 범행 기간은 경찰 수사를 통해 확정돼야 한다.
이미 7억 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 송치
A씨는 앞서 지난해 아파트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등 약 7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송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입주자대표회의가 추가로 자금 흐름을 확인하면서 피해 규모가 훨씬 클 가능성을 제기했고, 전 관리사무소장과 친인척 등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도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계좌 입출금 내역과 자금 흐름 등을 분석해 실제 횡령 여부와 공범 여부,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주민들은 왜 장기간 알아채지 못했나
이번 사건에서 핵심적으로 규명돼야 할 부분은 장기간 거액의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의혹에도 내부 관리·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다.
입주자대표회의 주장대로 전기요금이나 승강기 유지관리비, 장기수선충당금 등의 회계 항목이 허위로 기재됐다면 주민들이 매월 납부하는 관리비 명세만으로 실제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의 주요 시설 교체·보수 등을 위해 장기간 적립되는 자금이라는 점에서 투명한 회계 관리와 집행 절차가 중요하다. 정부의 장기수선계획 실무 지침에서도 장기수선충당금 집행과 관련한 사용계획 및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등 관리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아파트’가 공동주택을 둘러싼 비리와 갈등을 소재로 다룬 가운데, 현실에서 불거진 이번 440억 원대 횡령 의혹은 아파트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에 대한 회계 감시 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경찰은 관련자들의 계좌 거래와 자금 흐름 등을 토대로 실제 피해 규모와 범행 가담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