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과 이미지 때문에 해외 기업으로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지만 실제로는 한국에서 출발했거나 국내 기업이 인수해 운영하는 브랜드들이 적지 않다. 다이소부터 휠라, MCM, 루이까또즈까지 브랜드의 출발지와 현재 소유 구조를 따져보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국 기업과 연결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일본의 100엔숍 브랜드와 이름이 같아 일본 기업으로 오해받아 왔지만 국내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는 현재 한국 기업이다.
아성다이소의 출발은 1992년 설립된 아성산업이다. 1997년 서울 천호동에 균일가 생활용품점 "아스코이븐프라자"를 열었고 이후 일본 다이소산업과 협력하면서 상호를 다이소아성산업으로 변경했다.
일본 다이소산업이 지분을 보유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아성HMP가 2023년 일본 측이 보유했던 아성다이소 지분 34.21%를 전량 인수하면서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이에 따라 아성다이소는 현재 일본 다이소산업과 지분 관계가 없는 국내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휠라는 출발부터 한국 브랜드였던 것은 아니다. 1911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다. 이후 한국 사업을 담당하던 휠라코리아가 2007년 글로벌 휠라 브랜드와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소유 구조가 뒤바뀌었다.
현재 휠라홀딩스는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휠라 브랜드의 글로벌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해외에서 시작한 유명 브랜드를 한국 기업이 인수해 세계 시장을 운영하게 된 사례다.
MCM도 비슷하다. MCM은 1976년 독일 뮌헨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한국의 성주그룹이 2005년 MCM의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하면서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재편됐다.
루이까또즈 역시 이름 때문에 프랑스 기업으로만 알려지기 쉽다. 브랜드는 1980년 프랑스에서 시작했지만 국내 기업 태진인터내셔날이 한국 사업을 전개한 데 이어 2006년 프랑스 본사를 인수했다. 이후 한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반대로 처음부터 국내에서 탄생했지만 영문 이름과 해외 지향적인 이미지 때문에 외국 브랜드로 오해받는 기업도 있다.
남성 의류 브랜드 빈폴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1989년 선보인 국내 브랜드다. 영국풍 디자인을 앞세웠지만 출발부터 한국에서 기획된 브랜드다.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 역시 한국 기업 아모레퍼시픽 계열의 브랜드다. 프랑스어를 연상시키는 이름과 이미지 때문에 해외 브랜드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국내 화장품 산업에서 성장했다.
SPA 브랜드 스파오는 이랜드가 2009년 선보였다. 글로벌 SPA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출범한 국내 브랜드로 의류부터 생활용품까지 제품군을 확대해왔다.
탑텐 역시 한국에서 출발했다. 신성통상이 2012년 선보인 SPA 브랜드로 국내 유통망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도 토종 브랜드에 해당한다. 1973년 서울 종로에서 시작한 등산용품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현재 해외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도루코는 국내 면도기 산업을 대표하는 장수 기업 가운데 하나다. 1955년 설립된 동양경금속을 뿌리로 두고 면도날과 면도기, 주방용품 등을 생산하며 해외시장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이들 브랜드를 모두 단순히 "한국에서 탄생한 브랜드"라고 묶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빈폴과 에뛰드, 스파오, 탑텐, 블랙야크, 도루코처럼 국내에서 출발한 사례가 있는 반면 휠라와 MCM, 루이까또즈처럼 해외에서 시작한 브랜드를 한국 기업이 인수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이소 역시 일본 브랜드와의 과거 자본 관계 때문에 혼동이 많았지만 현재 국내 운영사인 아성다이소의 일본 측 지분은 모두 정리됐다. 브랜드의 이름이나 최초 출발 국가와 현재 기업의 국적·소유구조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셈이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접하는 브랜드의 국적을 판단하려면 이름이나 이미지보다 브랜드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현재 상표권과 경영권을 어느 기업이 가지고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면서 "어느 나라 브랜드인가"라는 질문에도 창업 국가와 현재 소유 기업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