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소득 증빙 없이 먹거리와 생필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그냥드림" 사업이 이달 전국 모든 시군구로 확대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경기지사 시절 시작했던 사업을 직접 언급하며 전국 확대 소식을 알렸다.
이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SNS에 "노인이 빵을 훔치는 사회는 모두가 죄인이라는 문장이 가슴을 울린 적이 있다"고 적었다.
이어 "그 마음으로 시작한 '그냥드림'이 결실을 맺었다"며 "경기도에서 시작한 '그냥드림', 이제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그냥드림 전국 확대 관련 보도도 함께 공유했다.
그냥드림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행정복지센터와 사회복지관, 푸드뱅크·마켓 등에 마련된 코너를 방문하면 복잡한 소득·재산 증빙 없이 먹거리와 생필품을 우선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은 "선지원 후행정" 방식으로 이뤄진다. 처음 방문한 이용자에게 기본적인 먹거리와 생필품을 제공하고 반복 이용할 경우 복지 상담을 통해 기초생활보장이나 긴급복지지원 등 기존 복지제도와 연결한다. 당장 먹을 것이 필요한 주민에게 먼저 물품을 건넨 뒤 행정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현재 175개 시군구에서 운영 중인 그냥드림을 9월 중 전국 모든 시군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아직 참여하지 않은 55개 시군구가 순차적으로 사업에 들어가며 경북 울릉군도 포함된다.
지난해 12월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약 21만명이 그냥드림 코너를 이용했다. 이 가운데 4만4712명은 복지 상담을 받았고 4437명은 기초생활수급과 긴급복지지원 등 제도권 복지체계로 연결됐다.
단순히 식료품을 나눠주는 데 그치지 않고 행정기관이 파악하지 못했던 위기가구를 찾아내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거동이 불편해 직접 코너를 방문하기 어려운 주민을 위한 "찾아가는 그냥드림"도 운영한다. 지역 여건에 따라 방문 전달이나 이동형 지원 등의 방식으로 먹거리와 생필품을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복지 상담까지 연결한다.
이 대통령과 그냥드림의 인연은 경기지사 재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는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말부터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를 추진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였던 2021년 1월 광명시의 그냥드림 사업장을 찾아 지원 물량과 예산 문제를 언급하며 "부족한 것은 어떤 방식이든 우리가 책임질 테니까 그냥 오시면 다 드리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언급한 "노인이 빵을 훔치는 사회는 모두가 죄인"이라는 문구는 미국 뉴욕시장과 판사를 지낸 피오렐로 라과디아와 관련해 널리 알려진 일화에서 나온 표현이다. 생계 때문에 빵을 훔친 노인을 처벌하면서 가난한 이웃을 방치한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로 전해져 왔다.
다만 이 일화는 오랫동안 여러 형태로 각색돼 전해진 만큼 세부적인 판결 내용과 표현을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단정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 대통령 역시 해당 문장을 복지정책을 시작하게 된 문제의식과 연결해 소개했다.
그냥드림의 전국 확대는 9월 중 미참여 지역이 순차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가 내세운 핵심은 신청 자격을 먼저 따지는 기존 방식과 달리 위기 상황에 놓인 주민에게 먹거리와 생필품을 우선 제공하고 이후 상담을 통해 기존 복지제도로 연결하는 것이다.
전국 확대 이후에는 지역별 물품 확보와 민간 후원 규모, 상담 인력에 따라 실제 이용 여건에 차이가 생기지 않도록 운영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사업 확대 과정에서 지자체 역량과 민간 후원 확보 여부에 따른 지역 간 서비스 격차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전국 모든 시군구에 간판을 다는 것에서 나아가 도움이 필요한 주민에게 같은 수준의 지원이 전달될 수 있는지가 사업 확대 이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강민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