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 최상위권 인공지능 모델과 경쟁할 국산 프론티어 AI 개발에 4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여러 기업에 자원을 나눠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대규모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인재를 집중해 글로벌 AI 기업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독자 모델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프론티어급 AI 모델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 형태로 4조70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정부가 마련한 2027년도 AI 예산 약 9조4000억원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는 독자 AI 모델이 글로벌 최상위 수준의 성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 GPU 1만장과 데이터, 전문인력 등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목표는 미국 앤트로픽이 개발한 최상위급 AI 모델 "미토스"와 경쟁할 수 있는 국산 AI를 만드는 것이다. 오픈AI 등 글로벌 기업들도 대규모 자본과 컴퓨팅 자원을 앞세워 고성능 모델 개발 경쟁을 이어가면서 정부가 국내 AI 개발 지원 규모를 크게 늘린 것이다.
기존 AI 지원 사업과 다른 점은 투자 규모와 지원 방식이다. 정부는 단순한 연구개발 보조금이나 출연금 지원에서 벗어나 출자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기술 개발에 성공해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경우 투자 성과를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염두에 둔 것이다.
프론티어 AI 사업을 전담할 민간 주도의 개발 체계를 구성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사업자를 선정한 뒤 민간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개발 역량을 한데 모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이 자금 공급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프론티어 AI 개발 회사가 설립될 경우 산업은행이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이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대규모 자원을 한곳에 집중하려는 배경에는 프론티어 AI 개발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이 있다. 최신 AI 모델은 학습 과정에서 대규모 GPU와 데이터센터, 전력뿐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인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에는 투자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정부가 재정을 초기 투자자로 투입하고 민간 기업의 기술과 자본을 결합하는 방식이 추진되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자체 AI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프론티어 AI 사업에 어떤 기업이 참여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과의 관계도 정리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번 4조7000억원 규모 프론티어 AI 사업과 기존 사업을 연계할지는 확정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도 현재 확정된 것은 전체 사업 규모와 출자 형태라는 입장이다. 사업자 선정 방식과 참여 기업, 자금 배분 구조 등 세부 내용은 후속 논의를 거쳐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가 AI에 투입하는 전체 재정 규모도 크게 늘어난다. 2027년도 예산안에는 AI를 포함한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등에 대규모 재원이 편성됐으며 프론티어급 AI뿐 아니라 피지컬 AI와 AI 데이터센터, 산업 현장의 AI 전환에도 투자가 집중된다.
프론티어 AI 개발에는 4조7000억원이 배정됐고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 개발에도 별도 재원이 투입된다. 제조업에서는 숙련 기술자의 경험과 작업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는 사업도 추진한다.
정부가 GPU 1만장과 데이터, 인재를 집중 투입하는 프론티어 AI 사업은 조만간 구체적인 추진 절차에 들어간다. 참여 기업과 사업자 선정 방식, 산업은행을 통한 투자 구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정부는 세부 지원 방안을 마련한 뒤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주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