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취임 후 일곱 번째 기자회견에서 민생의 어려움을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고 국정 운영 자세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과 수도권 집값 안정, 행정수도 건설, 개헌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여전히 힘든 일상에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언제나 국민이 옳다. 모두 저의 부족함"이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472일 동안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회복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았지만, 국민의 삶을 세밀하게 살피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너무 많은 과제 앞에 마음이 바빠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6·3 지방선거 이후 여권을 향한 민심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갑작스러운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다"며 작은 성과와 지지에 기대면서 두려움과 겸손함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로지 국민과 국가만을 위해 사용돼야 할 권력이기에 더 섬기는 자세로 임했어야 했다"며 "국민에 대한 두려움을 되살리고 모든 일에 더 세심하게, 더 낮게, 더 치열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지표 회복과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 사이의 격차도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지표는 개선됐다는데 왜 내 삶은 바뀌지 않나, 왜 더 나빠지는가라는 물음에 더 적극적으로 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극복과 성장 회복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는 이유만으로 민생의 어려움을 설명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위기 극복과 성장 회복이 더 시급했고 민생 개선에도 최선을 다했다는 변명을 하기보다 회복과 성장만큼 민생 개선에 더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개혁은 수사와 기소 권한의 정치적 악용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목적은 인권과 피해자 보호, 사회 질서 유지라는 수사·소추 기관의 권한과 역할이 정치적 수사와 기소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수사 공백에는 별도의 견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경찰 수사를 철저히 통제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춰 범죄 대응과 피해자 보호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와 수도권 집중 현상은 국토 균형발전을 통해 함께 풀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집값 안정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수도권 일극체제를 지목하고, 지역별 성장 거점을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반발을 줄이기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추진해 온 행정수도 건설을 최대한 신속히 완성하겠다"며 "경제수도 서울과 행정수도 세종의 경제·행정 2수도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개헌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1987년 헌법은 더 이상 오늘의 대한민국에 맞지 않는 옷"이라며 여야 정치권의 토론과 국민적 합의를 거쳐 헌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거론된 대통령 연임 개헌에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통한 저의 연임은 헌법상 불가능하다"며 "저 역시 연임을 생각해 본 적조차 없고,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총과 장갑차에 맞섰던 시민들을 언급하며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다시 국정 운영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어 "말이 아닌 결과로 증명하며 국민의 뜻에 따라 흔들림 없이 민생과 개혁, 통합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제시된 민생 개선과 검찰개혁, 행정수도 건설, 개헌 구상이 실제 정책과 입법 일정으로 어떻게 구체화될지가 남은 쟁점이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