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지정된 뒤 실손보험 청구가 크게 줄었지만, 신장분사 치료 등 다른 비급여 항목의 청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잉진료를 줄이기 위한 제도가 새로운 비급여 진료로 수요를 이동시키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개 실손보험사에서 제출받은 근골격계 치료 청구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도수치료 청구 건수는 4만573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55만5204건과 비교하면 92% 감소한 수치다. 정부가 올해 7월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지정해 가격과 치료 횟수를 제한한 이후 청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청구 금액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8월 481억400만원이었던 도수치료 실손보험 청구액은 올해 8월 19억3400만원으로 96% 줄었다. 건당 평균 청구액도 8만6643원에서 4만2281원으로 절반 수준이 됐다.
반면 신장분사 치료 청구는 크게 늘었다. 신장분사 치료는 통증 부위에 극저온 액화 또는 기체를 분사해 근육을 빠르게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냉각 치료라고도 불린다.
신장분사 치료 청구 건수는 지난해 8월 14만2924건에서 올해 8월 21만8074건으로 53% 증가했다. 청구 금액은 45억5300만원에서 144억6500만원으로 218% 급증했다. 건당 평균 청구액도 3만1885원에서 6만6330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신장분사 치료 외에 증식치료와 무통증신호요법, 핌스(FIMS·기능적 근육 내 자극치료) 등을 포함한 이학요법료 전체 청구액도 증가했다. 올해 8월 청구액은 292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208억4100만원보다 41% 늘었다.
의료계에서는 도수치료와 다른 비급여 항목을 결합하는 혼합진료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도수치료의 가격과 횟수 제한으로 의료기관의 수익이 줄어들자, 신장분사 치료 등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항목을 함께 처방하거나 실제 치료와 다른 항목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의료기관이 보험사의 확인에 대비해 환자에게 신장분사 치료만 받은 것으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사례도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위법 여부는 개별 진료기록과 보험금 청구 내용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관리급여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과잉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에 대한 혼합진료 제한이나 비급여 목록 정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리급여를 도입한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관리급여 항목을 확대하더라도 일부 의료기관의 고가 비급여 진료와 현금 환급 방식의 영업 관행을 차단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단속과 관리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관리급여 제도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오는 22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관리급여가 비급여 진료에 대한 법적 체계를 무력화하고 환자와 의료진의 치료 선택권과 의료 접근성을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도수치료 청구 감소가 실제 과잉진료 억제로 이어진 것인지, 아니면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진료 수요와 비용이 옮겨간 것인지는 추가적인 진료기록 분석과 현장 점검이 필요해졌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