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아티스트의 진행이 만든 따뜻한 연결…세종의 가을밤, 문화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다.
문화예술은 무대 위에만 존재할 때보다 시민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때 더 큰 울림을 남긴다.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나성동 문화예술 야행 ‘어반나잇-세종 NEON’은 그런 의미를 다시 한번 보여준 현장이었다.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진 이번 행사는 음악과 공연, 시민 참여가 어우러지며 세종의 가을밤을 풍성하게 채웠다. 그 가운데 첫날 사회를 맡은 고현주 소프라노의 진행은 단순히 프로그램의 순서를 잇는 역할을 넘어,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히는 또 하나의 공연과도 같았다.
성악가이자 음악 아티스트인 고현주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는 점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공연을 이해하는 예술가가 관객에게 말을 건네고, 무대의 흐름을 설명하며, 공연자와 시민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순간 문화예술은 더 이상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의 이야기가 된다.
진행자는 흔히 무대와 무대 사이를 연결하는 사람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좋은 진행은 시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잇는다.
고현주는 공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면서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갔고,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객이 함께한 현장의 특성을 살려 세대 간의 거리를 좁히는 소통에도 힘을 보탰다.
특히 어린이에게 문화예술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다.
한 번의 음악, 한 번의 박수, 한 명의 예술가가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한 아이에게는 새로운 꿈이 될 수 있다.
무대 위에서 예술가가 직접 시민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흔히 지역 문화행사의 성공을 관객 수나 화려한 출연진으로 평가하려 한다. 하지만 진정한 문화예술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시민이 공연을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꼈는가, 그리고 그 기억이 얼마나 오래 마음에 남았는가에 있을 것이다.
‘어반나잇-세종 NEON’이 남긴 의미 역시 단순한 야간 공연에 머물지 않는다.
밴드와 서커스,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한 공간에서 시민을 만났고, 그 사이를 음악을 아는 진행자가 자연스럽게 이어주면서 공연장은 하나의 열린 문화공간으로 변했다.
예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그리고 그 다리는 거창한 시설이나 화려한 조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예술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웃어주는 진행자, 공연자와 관객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따뜻한 소통이 더해질 때 비로소 문화는 살아 움직인다.
고현주 소프라노의 이번 진행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그녀는 성악가라는 자신의 전문성을 무대 안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시민과 소통하는 언어로 확장했다. 음악적 감성과 현장 진행이 어우러지면서 공연장은 단순히 ‘보는 공간’을 넘어 함께 느끼고 함께 호흡하는 공간이 됐다.
도시는 건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이 함께 웃고, 아이들이 꿈을 꾸며, 가족이 한자리에서 음악을 듣고, 예술가와 관객이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때 도시는 비로소 문화의 품격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세종의 가을밤을 밝힌 ‘어반나잇-세종 NEON’은 우리에게 작은 질문 하나를 남긴다.
문화예술은 시민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가.
그 답은 어쩌면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예술가가 시민 곁으로 걸어 나오고, 시민이 예술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도시.
그런 도시에서 어린이는 꿈을 꾸고, 어른은 위로를 얻으며, 공동체는 조금 더 따뜻해진다.
세종의 가을밤, 고현주 소프라노가 이어낸 것은 단순한 공연 순서가 아니었다.
무대와 시민을 잇고, 음악과 일상을 잇고, 오늘의 감동을 내일의 기억으로 이어주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었다.
문화예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