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직원 부정 채용과 뇌물수수, 강요,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던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수사에 착수한 지 약 1년 10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업무방해와 뇌물수수, 강요, 청탁금지법 위반 등 7개 혐의를 받은 이 전 회장에 대해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지난 1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불송치는 경찰이 수사 결과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의 수사 의뢰에서 시작됐다. 점검단은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비위 여부를 점검한 뒤 2024년 11월 이 전 회장 등을 관련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당시 점검단은 이 전 회장이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의 훈련 관리 담당 직원으로 자녀의 대학 친구를 부정 채용했다고 발표했다. 채용 과정에서 직무와 관련된 절차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특정 지원자에게 편의가 제공됐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점검단은 이 전 회장이 한 스포츠 종목단체 회장에게 선수용 보양식과 경기복 구매비 등 약 8000만원을 대신 납부하게 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체육회 물품을 지인에게 제공하거나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대한체육회 사무실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등 모두 8곳을 압수수색했다. 2024년 12월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관련 자료와 회계 내역, 채용 과정, 관계자 진술 등을 확인하며 의혹 전반을 조사했다.
수사 대상에는 직원 채용 과정뿐 아니라 체육회 물품과 예산의 사용 경위, 외부 인사와의 금품·편의 제공 여부, 체육회 내부 의사결정 과정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종합한 결과 일부 의혹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을 정도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으로 이 전 회장을 둘러싼 형사 수사는 경찰 단계에서 일단 마무리됐다. 다만 정부 점검단이 제기한 부정 채용과 비용 대납, 물품 사적 사용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와 체육회 내부 관리 책임까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특히 인사와 물품 관리 과정에서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공공 체육기관의 예산과 자산이 사적으로 사용될 수 있었던 구조가 있었는지는 별도 문제로 남는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후 제기된 의혹에 대한 행정적 검토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