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발굽 소리가 울리는 순간 무사가 활시위를 당긴다. 빠르게 달리는 말 위에서 연이어 과녁을 맞히는 일본의 전통 신도 의식 ‘야부사메(流鏑馬)’가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쓰루가오카 하치만구에서 재현됐다.
야부사메는 말을 타고 일정한 주로를 달리면서 활로 과녁을 쏘는 전통 기마 궁술이다. 단순한 무예 시범을 넘어 천하태평과 국가의 안녕, 풍년을 기원하는 신도 의식으로 이어져 왔다.
쓰루가오카 하치만구에서는 매년 9월 열리는 예대제의 주요 행사로 야부사메 신사를 거행한다. 올해 행사는 지난 9월 16일 오후 1시부터 진행됐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이곳의 야부사메는 가마쿠라 막부를 세운 미나모토 노 요리토모가 국가의 평안과 무사들의 기량 향상을 기원하며 시행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식에 참여한 기사들은 가마쿠라 무사를 연상시키는 전통 사냥복 차림으로 말을 탄다. 긴 주로를 질주하며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세 개의 과녁을 차례로 겨냥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말 위에서 자세를 유지하면서 활을 쏴야 해 승마 능력과 집중력, 궁술이 동시에 요구된다.
화살이 과녁에 적중하면 나무판이 갈라지며 큰 소리를 낸다. 관람객들은 말이 출발하는 순간부터 숨을 죽이고 지켜보다가 화살이 과녁을 맞힐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현대의 스포츠 경기와 닮은 긴장감을 갖고 있지만 의식의 절차와 복식, 동작에는 오랜 전통이 반영돼 있다.
야부사메는 일본 각지에서 전승되고 있으나 쓰루가오카 하치만구의 의식은 가마쿠라 무사문화와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쓰루가오카 하치만구는 가마쿠라의 역사와 문화가 형성된 중심지로, 야부사메를 예대제의 핵심 신사 가운데 하나로 계승하고 있다.
오늘날 야부사메는 관광객이 찾는 문화 행사인 동시에 신에게 평안을 기원하는 종교의식이라는 성격을 함께 지닌다. 의식 전후로 정해진 예법을 따르고 활쏘기의 성공 여부보다 전통 절차를 온전하게 수행하는 데 무게를 둔다.
말과 활, 전통 복식이 어우러진 야부사메는 약 800년 전 가마쿠라 시대의 무사문화를 현재에 보여주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오랜 의식을 안전하게 이어가기 위한 기수 양성과 말의 관리, 전승 체계 유지가 앞으로도 핵심 과제로 남는다.
김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