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국 기업이 확보하는 과정에서 제3국 데이터센터와 중국 정보기관의 연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정보당국은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과 교류해 온 중국인 사업가 앨리스 황의 활동을 조사해 왔으며, 미 의회도 엔비디아 경영진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현지시간으로 미국 정보당국이 앨리스 황을 중국 국가안전부와 연계된 정보 수집 활동에 관여한 인물로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혹의 중심에는 앨리스 황이 운영하는 메가스피드가 있다. 이 회사는 2024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첨단 AI 반도체를 구매하려 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시장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기업이 대규모 구매에 나서자 사업 배경과 자금 조달 구조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됐다.
메가스피드는 동남아시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확보한 컴퓨팅 자원을 중국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에 임대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사업 방식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와 직접 맞닿아 있다. 미국이 특정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더라도 중국 기업이 해외 데이터센터의 연산 능력을 원격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자체가 중국으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해외 서버에서 AI 모델을 학습하거나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첨단 반도체의 성능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 제공이 실제 수출통제 규정을 위반했는지는 거래 구조와 적용 법령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NYT는 메가스피드와 연결된 중국 기업·투자자 네트워크가 상하이와 저장성을 중심으로 형성됐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은 모바일 게임 사업에서 데이터센터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으며, 현지 당국자들과의 관계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네트워크가 중국 군사기관과 재정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 관계가 앨리스 황의 개별 사업 활동이나 엔비디아와의 거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정보당국이 조사한 또 다른 부분은 앨리스 황의 인적 관계다.
앨리스 황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젠슨 황을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계 주요 인사들과 교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주요 서버·컴퓨터 제조 협력사인 기가바이트 경영진과도 관계를 맺었다.
그는 반도체 산업 관련 회의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기업 경영진이 참여하는 비공개 만찬에도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러한 접촉이 일반적인 사업 활동을 넘어 첨단기술 정보를 수집하거나 엔비디아의 대중국 판매 결정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었는지 살펴봤다.
NYT는 미국 정보당국이 앨리스 황이 중국 국가안전부에 포섭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의혹이 공개된 형사재판이나 확정판결을 통해 입증된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과 앨리스 황의 접촉이 통상적인 고객 관계에 따른 것이며 민감한 기술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중국 측 역시 간첩 의혹을 부인했다.
이번 의혹이 미국 정치권으로 확대된 배경에는 엔비디아의 대중국 반도체 판매 정책이 있다.
젠슨 황은 미국 정부가 중국 시장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오히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자체 기술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편이 장기적인 경쟁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는 고성능 AI 반도체가 중국의 군사·정보 분야에 활용될 가능성을 이유로 수출통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제기돼 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일부 엔비디아 AI 반도체의 중국 판매 제한을 완화했다. 젠슨 황은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했다.
이후 미국 정부와 엔비디아 사이에서는 중국에 판매하는 특정 반도체의 매출 일부를 정부에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최신 블랙웰 반도체의 중국 판매 허용 문제 역시 검토 대상에 올랐으나 최종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미국 의회는 앨리스 황과 엔비디아 경영진의 접촉 경위, 반도체 공급과 관련한 정보 접근 여부 등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 위원회 세 곳은 젠슨 황에게 11월 중 비공개 설명에 참석할 것을 요청했다.
의회가 확인하려는 사안에는 앨리스 황과의 관계뿐 아니라 엔비디아의 대중국 사업과 해외 데이터센터를 통한 컴퓨팅 자원 제공 구조도 포함될 수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해외 정보 수집과 방첩 활동을 담당하는 중국의 주요 정보기관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을 국가안보 및 산업 경쟁력과 연결해 확보하려 한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방첩 분석관 피터 매티스도 중국 정보기관이 첨단기술 확보를 주요 활동 목표로 삼아 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개된 내용은 미국 정보당국의 판단을 전한 언론 보도와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에 기초하고 있다. 앨리스 황의 정보기관 연계 여부와 실제 정보 유출 여부는 독립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 의회는 엔비디아 경영진에 대한 비공개 설명을 요청한 상태이며, 엔비디아는 민감한 기술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주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