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9일, ‘정치인 체포 명단’의 존재를 폭로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소환해 조사에 들어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마친 특검이 내란 음모의 실체를 규명할 ‘스모킹 건’을 쥔 핵심 증인을 불러 조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 여부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경 홍 전 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후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계엄 당일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야권 및 여권 주요 인사들의 체포 명단이 어떤 경위로 작성됐으며, 이 과정에 윤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차장은 12·3 사태의 실체를 밝힐 ‘키맨’으로 꼽힌다. 그는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방첩사를 도와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라, 싹 다 정리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직접 받았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또한, 직후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정치인 14명의 이름이 담긴 체포 명단을 전달받아 메모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홍 전 차장의 증언과 그가 남긴 메모는 비상계엄이 단순한 국정 혼란 수습 차원을 넘어, 반대파 정치인을 제거하려는 조직적인 내란 음모였음을 입증할 가장 결정적인 증거로 지목돼 왔다. 특검은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진술과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홍 전 차장 증언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조사를 마친 직후 홍 전 차장을 소환한 것은, 윤 전 대통령의 진술과 홍 전 차장의 증언 및 메모 내용을 대조 분석하며 혐의 입증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는 단계에 돌입했음을 시사한다. 특검은 홍 전 차장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 여인형 전 사령관으로부터 명단을 받게 된 구체적인 경위, 명단에 포함된 인물들의 체포 실행 계획 여부 등을 상세히 확인할 방침이다.
홍 전 차장의 조사 결과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는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그의 진술이 객관적 증거를 통해 모두 사실로 확인될 경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강제수사나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의 칼끝이 내란 음모의 최정점을 향하면서 정국의 긴장감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