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새 혁신위원장으로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송 위원장은 "윤 원장은 처음부터 혁신위원장의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다"며 "대표적인 경제통으로서 우리 당의 실패한 과거와 결별하고 당의 미래를 그리는 데 최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불과 며칠 만에 당 혁신 작업이 좌초한 데 따른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당초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안철수 의원은 당 지도부에 핵심 인사에 대한 인적 청산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며 지난 7일 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 주류와 안 의원 간의 갈등이 노출되며 당은 수습 불가의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위가 신속하게 대안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혁신 의지의 불씨를 되살리고,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다.
윤희숙 신임 혁신위원장은 당 안팎에서 쇄신과 변화를 주장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의 경제 전문가로, 21대 국회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명연설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현 국민의힘 상태를 "방전된 배터리"에 비유하고 "당명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일갈하는 등 당의 무기력함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특히 12.3 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며 당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등 쇄신에 대한 소신을 꾸준히 밝혀왔다.
결국 당 지도부가 ‘쓴소리’를 해 온 윤 원장에게 혁신의 전권을 맡긴 것은, 인적 쇄신과 같은 민감한 문제를 피해 정책 혁신에 집중하겠다는 의도와 함께, 당내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그의 중립성과 개혁적 이미지를 통해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윤희숙 혁신위가 넘어야 할 산은 험난하다. 당장 안철수 의원의 사퇴를 촉발했던 인적 쇄신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당내 주류 세력의 기득권 저항이 여전한 상황에서 윤 위원장이 실질적인 혁신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윤 위원장의 리더십과 혁신위가 내놓을 쇄신안의 내용에 따라, 국민의힘의 운명이 중대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