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9일, ‘항명’ 혐의로 기소됐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군 검찰의 항소를 취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박 대령은 피고인 신분에서 벗어나게 됐으며, 특검이 ‘수사 외압’의 피해자를 법적으로 구제하는 첫 조치를 단행하면서 본류인 외압 의혹 수사에도 한층 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명현 특별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원심 판결과 객관적 증거, 군 검찰의 항소 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박 대령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중으로 항소 취하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며, 서류가 접수되면 박 대령의 1심 무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이 특검은 “1심 법원이 1년 이상 충실히 심리하여 무죄를 선고한 상황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특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취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아직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 근거를 상세히 밝히긴 어렵지만, 향후 결과를 보면 누구든 이견 없이 납득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결정은 채상병 특검법에 보장된 공소 유지 및 취소 권한을 특검이 처음으로 행사한 것이다. 그간 군 검찰은 박 대령이 채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를 어겼다며 그를 항명 혐의로 기소하고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경찰에 이첩하는 것이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이므로,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 자체가 위법하여 따를 의무가 없다”며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특검의 이번 항소 취하는 박 대령의 행위가 ‘항명’이 아닌 ‘정당한 직무수행’이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수사 외압’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특검의 수사 방향과도 궤를 같이한다. 수사 외압의 실체를 밝혀야 할 특검이 그 외압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군인의 재판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시민 사회의 지적과 비판을 수용한 결정이기도 하다. 앞서 군인권센터 등은 시민 3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특검팀에 항소 취하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박정훈 대령 측은 특검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은 "사필귀정이며, 특검이 진실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으로 박 대령은 2심 재판 부담을 완전히 덜고, 외압 의혹의 핵심 증인으로서 특검 수사에 더욱 집중적으로 협조할 수 있게 됐다. 특검의 칼끝이 이제 박 대령에게 ‘항명’의 굴레를 씌우려 했던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윗선’을 정조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