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수영장 소독제로 쓰이는 유해 화학물질이 누출돼 주민 등 21명이 병원 치료를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배달 차량에서 지하 저장탱크로 화학물질을 옮기는 과정에서 호스가 빠지는 기본적인 안전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주거단지 내 위험물 취급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천소방본부와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어제(9일) 오후 3시경 인천 서구 백석동의 한 아파트 지하 2층 수영장 기계실로 소독제를 주입하던 중 염소계 화학물질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누출됐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아파트 주민 19명과 납품업체 직원 1명 등 총 21명이 눈 따가움, 호흡 곤란,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의 초기 조사 결과, 사고는 1층에 주차된 납품업체 탱크로리 차량에서 지하 2층 기계실 저장탱크로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주입하던 과정에서 발생했다. 두 지점을 연결하던 호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빠지면서 약 1,000리터에 달하는 다량의 화학물질이 그대로 바닥으로 쏟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출된 화학물질은 기계실 바닥의 배수관을 통해 하수구로 유입되었고, 이 과정에서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수영장, 사우나, 헬스장 등 지하 커뮤니티 시설 전반으로 빠르게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던 주민들은 갑작스럽게 퍼진 락스 냄새와 유사한 유독가스에 그대로 노출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화학대응팀 등 인력 80여 명과 장비 30여 대를 투입해 약 2시간 만에 중화 작업을 완료하고 가스 농도를 측정하는 등 안전 조치를 마쳤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안전 수칙 미준수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은 납품업체 직원 40대 남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현장 작업자들이 2인 1조 근무 원칙과 같은 안전 규정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강한 산화력을 지닌 물질로, 다른 화학물질과 반응하거나 유기물과 섞일 경우 인체에 유해한 염소 가스를 발생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위험물 취급 시 더욱 엄격한 안전관리 감독과 철저한 작업 매뉴얼 준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사고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간에서 사소한 부주의가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