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한 의정 대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전공의 단체와 환자 단체가 의정 갈등 발발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만남을 갖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의료 현장을 떠났던 전공의들과 의료 공백으로 고통받아온 환자들 간의 신뢰 회복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양측의 대화는 1년 5개월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한성존 위원장은 오는 28일 오후 12시, 서울 영등포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을 방문해 안기종 대표와 연합회 소속 10개 단체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만남은 한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환자 단체를 직접 찾아가 소통 의지를 밝히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이 그제부터 매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환자 단체를 찾아왔다"며, "환자 단체와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일단 서로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공의 측에서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얼어붙었던 양측 관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환자 단체는 전공의들의 복귀 논의에 앞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성존 위원장이 이번 만남에서 공식적인 사과를 표명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역시 여러 차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공의들이 복귀할 때 국민 정서를 감안하건 피해를 받은 국민을 생각해서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4일 국회 간담회에서 "그간의 사태로 환자와 보호자 여러분이 겪었을 불안감에 마음이 무겁다"며 환자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사과로 받아들여지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환자 단체들은 지난 22일부터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환자들이 또다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에 나서달라"며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환자 단체의 목소리는 이번 만남에서 전공의 측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대한 중요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만남이 단순히 형식적인 자리에 그치지 않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의료 공백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