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시한을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에서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측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끝내 지켜냈음을 강조했다.
이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를 통해 '농산물 완전 개방'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던 것과 배치되는 결과다. 우리 협상단이 막판 협상에서 미국의 강한 요구를 방어하고, 농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양국은 당초 25%로 예고됐던 상호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부과될 관세 역시 15%로 인하된다. 반도체, 의약품 등 다른 품목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예정"이라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이번 협상에서는 관세율 조정 외에 대규모 경제협력 방안도 함께 타결됐다. 양국은 총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펀드'를 조성해 미래 선박 기술 개발에 시너지를 창출하기로 했다. 이는 세계 최고의 건조 기술을 가진 한국 조선업계와 소프트웨어 강국인 미국이 손을 잡고 자율운항 선박 등 미래 시장을 선도하자는 취지다.
이와 별도로 반도체, 원전, 2차 전지, 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의 대미 투자를 위한 2,000억 달러(약 278조 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된다.
김 실장은 "우리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상호 호혜적 결과를 도출한다는 원칙 하에 협상에 임했다"며 "척박한 일정 속에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여러 관계 부처와 대통령실이 함께 힘을 모아 이룬 성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