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규명하기 위해 마련된 국회 청문회가 핵심 증인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불출석 속에 파행을 빚었다. 정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까지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공식화하며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이번 유출 사고가 국민적 불안을 야기한 국가적 재난 수준의 사안이라는 판단 아래 행정 처분과 법적 제재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주무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입장을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다. 배 장관은 민관 합동 조사 결과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공정위와 협력해 영업정지를 포함한 강력한 제재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특정 이커머스 업체에 대해 영업정지라는 초강수 카드를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첫 사례로 기록되며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범석 의장은 해외 거주와 글로벌 비즈니스 일정 등을 이유로 청문회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의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본인이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공식적인 일정이 잡혀 있어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국회는 3370만 명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김 의장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고발 조치와 더불어 향후 입국 금지법 발의 등 강력한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전자상거래법에 명시된 영업정지 요건은 매우 까다롭지만 정부는 이번 사안의 피해 규모와 성격이 해당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법령에 따르면 계정 도용 등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 발생 가능성, 사업자의 미흡한 피해 회복 조치, 그리고 시정조치만으로는 소비자 피해 보상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하다. 다만 쿠팡에 입점한 수많은 중소상공인의 2차 피해를 고려해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대규모 과징금 부과 방안도 병행 검토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분노는 유례없는 규모의 집단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미 65만 명 이상의 이용자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히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으며, 피해 보상 요구액은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유출된 정보에 공동현관 비밀번호와 구체적인 배송지 주소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2차 범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쿠팡 측에 실질적인 배상 대책과 더불어 투명한 정보 공개를 촉구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적 데이터 보안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정부가 검토 중인 영업정지 카드가 실제 집행될지 여부와 관계없이 쿠팡은 창사 이래 최대의 브랜드 신뢰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향후 발표될 민관 합동 조사 결과와 공정위의 최종 처분 결과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보안 표준과 기업 규제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