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 집행으로 풀린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내수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으며 민간 소비가 뚜렷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이를 경기 회복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8개월 만에 공식 경제 진단에서 "경기 하방 압력"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그러나 소비 심리 개선이라는 희소식 뒤편에서는 건설업의 고용 한파가 15개월째 이어지는 등 실물 경제의 핵심 축이 여전히 얼어붙어 있어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책 효과에 기댄 반짝 회복과 구조적 침체라는 한국 경제의 상반된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경기 회복의 주요 근거로 제시한 것은 단연 소비 지표의 반등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8월호에 따르면, 지난 7월 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6.3% 증가하며 올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 역시 110.8로 넉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가 풀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의 핵심 동력으로 지난 7월 21일부터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목했다. 조성중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소비쿠폰 지급 예상으로 7월 초부터 소비가 살아나는 모습이 관측됐다"며 "7월 카드 매출액 증가는 민간 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소비쿠폰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소비쿠폰의 효과는 소상공인들의 체감 경기로도 이어졌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3%가 소비쿠폰 정책에 만족한다고 답해, 정책 자금이 내수 경제의 모세혈관인 골목상권으로 흘러 들어갔음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7월 중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6.2% 급증하는 등 관광 시장 회복세도 내수 진작에 힘을 보탰다. 이러한 긍정적 흐름에 힘입어 정부는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향후 경기 흐름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수 회복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심각한 위험 요인은 건설 경기의 끝 모를 부진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만 2천 명 급감하며 2024년 5월부터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을 넘어 구조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0.8%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추경 효과를 반영했음에도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지 않은 배경에는 극심한 건설 투자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KDI는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보다 3.9%포인트나 대폭 낮춘 -8.1%로 수정하며 건설 경기 위축이 전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핵심 요인임을 분명히 했다.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 또한 여전한 부담이다. 미국의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정책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수출 전선에는 안개가 걷히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경기가 일부 회복세를 보이며 수출을 이끌고는 있지만, 최대 교역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다. 결국 현재 한국 경제는 정부의 재정 투입으로 급한 불을 끈 내수와 구조적 침체의 늪에 빠진 건설 투자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형국이다. 소비쿠폰 효과가 소멸되는 연말 이후에도 경제 회복의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건설과 수출 부진의 여파가 소비마저 다시 위축시키는 악순환에 빠질지는 향후 정책 대응과 대외 여건 변화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