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담판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오는 18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러시아와의 직접 대화에 이어 분쟁의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마주 앉는 것으로, 종전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행보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은 구체적 합의 없이 끝난 미러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성격을 띠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선 휴전, 후 평화협상'의 세부안을 조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초대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월요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살육과 전쟁을 끝내기 위한 모든 세부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미국, 러시아 사이 3자 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언급하며, 푸틴 대통령까지 포함하는 3자 대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강대국 간의 논의만으로 종전 방안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초청은 숨 가쁜 연쇄 외교전의 일환이다. 그는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과 3시간에 걸친 회담을 마친 뒤 본토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1시간 이상 통화하며 회담 결과를 공유했다. 이 통화 직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도 연이어 접촉하며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에 있어 유럽 동맹국들과의 공조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번 백악관 회담의 최대 쟁점은 종전 해법의 순서를 둘러싼 이견 조율이 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알래스카 회담 후 "생산적인 대화가 있었다"고 자평했지만, 즉각적인 휴전이나 구체적인 평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성급한 평화 협정보다는 휴전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의 점령지 문제나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 등 복잡한 쟁점을 일괄 타결하려 하기보다, 일단 전선에서의 적대 행위를 멈추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오는 18일 열릴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러시아가 받아들일 수 있는 휴전 조건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휴전이 자칫 현재의 전선을 고착화시켜 영토의 영구적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안전장치를 미국으로부터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지루한 소모전 양상으로 흐르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대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워싱턴으로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