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한국은행 총재가 "이론적으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면 연간 성장률이 0.24%포인트 제고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이례적인 구체적 수치 제시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동시에 시사한 복합적인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상현 총재는 28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금리 인하가 부진한 성장세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최 총재는 '이론적인 분석 결과'임을 수차례 강조하면서도, 한은 내부 모델 분석 결과를 직접 언급했다. 이는 시장과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 효과를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향후 경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통화정책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신호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통화정책의 한계를 명확히 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기준금리를 1%포인트라는 큰 폭으로 내려도 성장률 개선 효과는 0.24%포인트에 그친다는 것은, 현재의 복합적인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금리 인하만으로는 뚜렷한 경기 반등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규제 완화 등 구조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금통위는 최근 발표된 부진한 창업 지표와 미국 경기 둔화 우려 등 하방 요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목표 수준을 웃도는 물가와 사상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성장과 안정 사이에서 한은의 깊은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 총재의 이날 발언으로 시장의 관심은 이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다만, 한은이 통화정책의 '한계'를 명확히 언급한 만큼, 향후 발표될 경제 지표와 정부의 정책 대응에 따라 금리 인하의 시기와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