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잠정 합의했던 특검법 수정안이 무산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청래 당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가 11일 오후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으로 충돌하며 내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는 특검 법안 처리 방식을 둘러싼 이견을 넘어 당내 리더십과 노선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은 의원총회 말미에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연달아 추가 발언을 신청하면서 폭발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정 대표는 사실상 원내 지도부의 협상 결과를 문제 삼으며 "특검법 수정안은 원내에서 처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나 당 정책위원회가 법안을 성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하며, 사실상 원내 지도부의 협상 권한과 결과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김병기 원내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합의 파기의 핵심 쟁점이 된 수사 기간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원안과 합의안의 수사 기간 차이는 고작 15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15일 때문에 정부조직법 개편 등 중대한 합의 전체가 깨지는 것이 맞는 방향이냐"고 되물으며, 정 대표 측의 결정이 소탐대실이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또한, 기존 법안에도 특검 기간 연장 조항이 포함되어 있음을 상기시키며, 일단 합의안을 처리한 뒤 추후 수사 상황에 따라 기간 연장을 재추진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두 지도부 간의 갈등은 의원총회 이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앞서 정 대표는 언론을 통해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방향의 협상은 특검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내가 직접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혀 원내 지도부의 입지를 흔들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SNS를 통해 "협상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반박하며 정 대표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였다.
결국 이날 의원총회에서의 공개 설전은 당내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다. 비록 법안 처리 주체는 원안대로 원내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당과 원내 지도부 간의 신뢰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는 평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김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원내 합의 사항에 반대 의견을 SNS에 올린 일부 의원들을 향해 "글을 쓰기 전에 원내에 먼저 물어봐야 하지 않느냐"며 내부 소통 부재에 대한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