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작년 12월 3일 발령됐던 비상계엄 사태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의 핵심 장교들을 대거 직무에서 배제하는 초강경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사실상 방첩사 해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군의 정치 개입 근절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나승민 신원보안실장, 박성하 기획관리실장, 이창엽 사령관 비서실장 등 방첩사 소속 대령급 장교 3명에 대해 직무배제 조치를 내렸다. 이들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재임 시절 발탁된 핵심 측근으로, 군내 주요 인사에 대한 신원 조사와 세평 수집 등 민감한 임무를 수행해왔다. 특히 이들은 12·3 비상계엄 준비 과정에 관여하고, 일부는 계엄 포고령 초안 작성에도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임삼묵 공군 준장(방첩사 2처장)을 포함한 국방부 및 육군본부 방첩지원부대장 등 장성급 장교 3명에 대해서도 직무 정지를 위한 분리 파견 조치가 이뤄졌다. 국방부의 이번 조치는 계엄 사태의 진상 규명과 별개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지휘부를 즉각 업무에서 분리해 조직을 쇄신하겠다는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정부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 등 정치인 체포 계획에 동원되는 등 정치 개입의 실체가 드러난 방첩사에 대해 해체를 공식화한 바 있다. 방첩사의 군사보안 및 방첩 등 필수 기능은 타 기관으로 분산 이관하고, 조직 자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한다는 내용의 국정과제를 확정한 것이다.
이번 핵심 지휘관들의 무더기 직무 배제는 방첩사 해체 작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향후 군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이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물론 군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이 뒤따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