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국토교통부 현직 서기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2025년 9월 1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국토부 소속 김 모 서기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영장 청구는 특검팀이 출범한 이후 해당 의혹과 관련하여 현직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첫 신병 확보 시도라는 점에서 수사가 중대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서기관은 지난 정부 시절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으로 재직하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실무를 총괄했던 핵심 인물이다. 특검팀은 김 서기관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기존의 양서면 종점 노선을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의 토지가 위치한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용역업체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여 노선 변경안이 최적의 대안인 것처럼 보고서를 조작하게 하고, 관련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해왔다.
특검 관계자는 "확보된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종합해 볼 때, 김 서기관의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된다"고 밝혔다. 또한 "사안의 중대성이 매우 크고, 현재까지의 수사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높아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 서기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노선 변경을 결정하고 지시한 '윗선'의 존재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대통령실 등이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최종 목표 지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 7월 국토교통부와 관련 용역업체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지 두 달 만에 이루어진 조치다. 특검팀은 그간 압수물 분석과 함께 다수의 국토부 관계자 및 용역업체 직원들을 소환 조사하며 김 서기관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 과정에서 김 서기관이 용역업체 측에 "강상면 노선안을 마치 최적안인 것처럼 제시하면 향후 다른 국책사업 수주 등에서 편의를 봐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정황 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서기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향후 특검 수사의 향배를 가를 첫 번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만약 영장이 발부된다면, 원희룡 전 장관을 비롯한 당시 국토부 지휘부와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의 칼끝이 최종적으로 어디를 향하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법원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