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대폭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가운데, 대법원이 오늘(12일) 오후 임시 전국법원장회의를 소집하고 사법부 차원의 공식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사법부 독립과 직결된 민감한 현안을 두고 입법부와 사법부 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당의 사법개혁 추진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어떤 제도가 국민에게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 공론화를 통해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는 특정 방안을 못 박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조 대법원장은 이어 "국회 입법 과정에서 대법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계속 협의하고 설득하고 있다"며, "오늘 법원장 회의를 통해 법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오늘 오후 2시 대법원 청사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사실상 '사법개혁 대응'을 위한 비상회의 성격이 짙다.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이 자리에 모여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 특히 대법관 증원 문제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사법부의 통일된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미 국회에 "사실심 약화와 예산 문제 등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며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오늘 회의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과 우려가 터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대법관 1인당 처리하는 사건 수가 연간 5천 건에 육박하는 등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는 점을 대법관 증원의 핵심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상고심 사건의 심리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대법관 구성을 다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안에는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향후 3년간 매년 4명씩 늘려 총 26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급격한 증원이 오히려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정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대법원이 채워질 경우 '사법부 장악'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대법관 수가 늘어나면 판결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상고심 문턱만 낮춰 1, 2심 재판을 부실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이날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도출되느냐에 따라 향후 사법부와 국회 간의 관계가 중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는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대국민 여론전을 포함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