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대통령 직속 기구 신설과 주요 보직 인선을 단행하며 집권 중반기 국정 운영 동력 확보에 나섰다. K팝의 상징적 인물인 가수 박진영씨를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발탁하고, 부총리급 '국민통합위원장'에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임명하는 등 파격과 안배를 동시에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다. 특히 대통령실 직제 개편을 통해 '인사수석' 자리를 신설, 향후 공직 인사 검증 시스템을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인선안을 발표했다. 가장 주목받는 인선은 박진영 JYP 대표의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 내정이다. 강 실장은 "박진영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 중 한 명으로 케이팝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전 세계인들이 우리 대중문화를 더 많이 즐기고 우리 역시 외국의 다양한 문호를 접하면서 문화를 꽃피우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이는 K팝을 필두로 한 'K-컬처'를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소프트파워 외교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현장 전문가를 직속 기구의 장으로 임명해 속도감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부총리급 격인 국민통합위원장에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임명됐다. 이 전 처장은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 성향의 원로 법조인으로 평가받는다. 극심한 여야 대치 정국 속에서 '통합'이라는 상징성이 큰 자리에 중량감 있는 비정치인 출신을 기용한 것은, 야권과의 협치 및 중도층 포용 의지를 강조한 인선으로 해석된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되는 구조적 변화는 대통령실 인사수석비서관직의 신설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 조성주 한국법령정보원장을 내정했다. 그동안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기능은 분산되어 있거나 다른 수석실 산하에 있었으나, 별도의 수석비서관을 둔 것은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고 대통령이 직접 고위 공직자 인선을 챙기겠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금거북이' 뇌물 의혹으로 붕괴된 국가교육위원회 사태 등 전임 정부부터 이어진 인사 검증 실패 논란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임명했다. 위 전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선관위원 자리에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를 임명한 것을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는 '코드 인사', '측근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