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연방 당국에 구금됐던 우리 국민 300여 명 중 본사 소속 출장자 등 약 30명이 석방됐다. 그러나 현장 채용 인력인 협력업체 소속 직원 270여 명은 여전히 이민 구금 시설에 수용된 상태로, 미국 당국이 이들을 고용한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불법 고용 및 비자 사기 혐의에 대한 형사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현지시간 5일, 우리 외교 당국과 현지 총영사관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지난 4일 체포된 475명 가운데 한국 본사에서 파견된 출장 인력 30여 명을 우선 석방 조치했다. 이들은 대부분 기술 지원이나 회의 참석 등을 목적으로 단기 상용(B1/B2) 비자를 소지했던 인원으로, 장기 불법 취업 노동자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일부 참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나머지 270여 명에 달하는 한국 국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전자여행허가(ESTA) 무비자 프로그램이나 상용 비자로 입국해 사실상 건설 현장에서 급여를 받는 노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되찾기 작전"이라는 작전명까지 내건 미 당국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미국 노동법을 위반하고 연방 범죄를 저지른 조직적인 불법 고용 관행으로 규정하고 있다. HSI는 이들을 고용한 한국계 협력업체들이 의도적으로 비자 규정을 회피하며 인력을 공급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속 당국이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HSI는 이번 작전이 장기간의 내사를 바탕으로 한 형사 수사의 일환임을 재차 강조했다. 헬기와 군용 험비까지 동원된 대규모 단속은 HSI 역사상 단일 현장 최대 규모로, 이는 미국 내 불법 고용 관행에 대한 본보기성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구금된 우리 국민들은 향후 이민 재판에 회부되어 추방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 정부는 주미대사관과 애틀랜타 총영사관을 중심으로 현지 대책반을 가동하며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우리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유감의 뜻을 재차 전달했다. 또한, 석방되지 못한 국민들을 위해 현지 한인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률 지원단을 꾸려 영사 접견을 진행하는 등 법적 조력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단순 이민법 위반을 넘어 형사 수사로 확대되면서, 구금된 국민들의 신병 확보와 신속한 석방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