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중심부에서 도시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관광 명물로 꼽히던 전차(푸니쿨라)가 탈선하며 전복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현지 시각으로 3일 저녁 퇴근 시간대에 발생한 이 사고로 현재까지 최소 15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으며, 부상자 중에는 한국인 여성 1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고는 3일 오후 6시경, 리스본 도심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글로리아 푸니쿨라'에서 일어났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언덕을 내려오던 전차가 갑자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빠른 속도로 질주하다 선로를 이탈했고, 그대로 도로 옆 건물과 충돌한 뒤 옆으로 쓰러졌다. 이 사고로 노란색의 클래식한 외관을 자랑하던 전차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구겨지고 파손됐다.
사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퇴근길 인파와 관광객들로 붐비던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에 비명과 구조 요청이 뒤섞였다. 현지 소방 및 구조 당국은 즉시 현장에 출동해 2시간여에 걸쳐 필사적인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피해가 막심했다. 당국은 현재까지 15명의 사망자와 18명의 부상자를 공식 확인했으며, 부상자 중 5명은 위중한 상태여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희생자들의 신원과 국적은 아직 모두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포르투갈 현지 언론과 외신 등을 통해 부상자 중 한국 국적의 여성이 1명 포함된 사실이 전해졌다. 부상 정도 등 구체적인 상태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우리 외교 당국도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현지 공관을 통해 정확한 피해 현황과 신원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글로리아 푸니쿨라는 1885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리스본의 역사적인 교통수단이자, 가파른 언덕 지형을 쉽게 오를 수 있게 해줘 시민들과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명물이다. '낭만의 노란 전차'로 불리며 리스본을 방문하는 이들이 반드시 체험하는 관광 코스 중 하나였기에 이번 참사가 주는 충격은 더욱 크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경찰과 검찰은 합동으로 조사팀을 꾸려 공식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로서는 브레이크 고장 등 기체 결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나, 운영사 측은 예정된 정비를 모두 마쳤다고 밝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포르투갈 정부는 이번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는 성명을 통해 "모든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며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고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이번 사고는 리스본의 아름다운 풍경 이면에 숨겨진 안전 문제를 드러내며, 전 세계에 노후화된 관광 시설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