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단비가 내린 6일,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도 강릉 지역은 1mm 미만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사실상 비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비껴갔다. 주 취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결국 13%선 마저 붕괴되자, 강릉시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아파트 단지와 대형 숙박 시설 등 124개소에 대한 제한 급수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1994년 이후 31년 만에 시행되는 비상 급수 대책으로, 시민들은 물 절약에 동참하며 일상 속 혼란과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
제한 급수가 시작된 6일 오전, 강릉 도심의 한 아파트에서는 시청 공무원들이 지하 상수도 밸브를 일부 차단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번 조치는 완전 단수(斷水)가 아닌, 각 아파트 단지 등이 보유한 저수조 용량에 의존해 물 사용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강릉시는 저수조의 물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급수차 등을 동원해 물을 다시 채워 넣을 방침이나, 공급량이 제한되는 만큼 주민들은 즉각적인 물 아끼기에 돌입했다.
주민들은 설거짓거리를 한 번에 모아서 처리하고, 국이나 찌개를 끓이는 것을 자제하는 등 생활 용수를 극한으로 줄이는 모습이었다. 한 번 입은 옷은 바로 세탁하는 대신 햇볕에 말려 다시 입겠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조영경 강릉시민은 "일단 설거지를 모아놨다 하고 국을 안 끓여 먹으려 한다"고 말했으며, 최호연 씨는 "조금이라도 아끼면 아기를 키우는 집 등 꼭 필요한 곳에 물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절약에 동참했다. 강릉시는 1인당 2리터 생수 6개씩을 지급하며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제한 급수 첫날 현장에서는 일부 혼란도 발생했다. 강릉시는 당초 아파트 저수조의 저수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지면 물을 보충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의 관리사무소는 저수조 구조상 수위가 35% 미만으로 내려갈 경우 펌프에 공기(에어)가 차 모터가 고장 나거나 세대 전체에 물 공급이 중단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한 아파트의 이영섭 관리소장은 "20% 때 채워 넣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저수조 하부로 내려가면 공기가 차 작업이 복잡해지고 세대 공급도 안 된다"고 현장 상황을 지적했다.
현장의 반발이 이어지자 강릉시는 뒤늦게 "아파트별 저수조 구조와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물을 공급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가뭄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 대책이 현장 상황을 면밀히 고려하지 못한 채 시행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강릉시의 생명줄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계속 하락하며 13%선마저 무너져, 사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강릉시는 만약 저수율이 10% 아래로 떨어질 경우,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물 공급을 완전히 차단하는 '야간 단수' 조치까지 시행할 방침이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