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인사를 겸해 성사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평산 회동이 거센 정치적 후폭풍을 낳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한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사진과는 정반대로, 온라인과 정치권에서는 과거 내란 사태 이후 이 전 총리의 행보를 문제 삼으며 "부적절한 만남"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양상이다.
논란은 이 전 총리가 어제 자신의 SNS에 올린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사진에는 문 전 대통령 부부와 이 전 총리 부부가 경남 평산마을 사저에서 환하게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이 전 총리는 "추석 인사를 겸해 평산으로 문재인 대통령 내외분을 아내와 함께 찾아뵈었다"며 "근황과 지난 일, 그리고 막걸리 얘기 등 여러 말씀을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게시물이 공개된 직후, 댓글 창에는 "윤석열에게 정권을 헌납한 주역들이 모였다", "내란 동조자가 왜 저기 있나", "뻔뻔하다" 등 원색적인 비난이 빗발쳤다. 내란 사태로 조기 실시된 지난 대선 국면에서 이 전 총리가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김문수를 지지 선언하며 정권 교체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 여론이 재점화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인지하고 있을 문 전 대통령이 이 전 총리를 환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정치권에서도 즉각 날 선 비판이 제기됐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해가 안 간다"며 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재명 대통령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이 전 총리를 만나면 세상이 당연히 정치적 해석을 할 것임을 알 터인데, 굳이 저런 사진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최고위원은 이 전 총리를 향해서도 "친위 쿠데타를 벌인 대통령이 파면되어 치른 대선에서 내란에 동조한 김문수 후보를 지지 선언한 걸 어찌 이해해야 하냐"고 반문하며 "정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능력으로도 이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단순한 명절 인사를 넘어선 두 전직 대통령과 총리의 만남이 해묵은 당내 갈등과 대선 패배의 책임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며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