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계획을 확정 발표했으나,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90%로 제한하면서 거센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해 온 고소득층이 지원 대상에서 원천 배제되면서 "세금 내는 사람만 손해 본다"는 역차별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며, 이는 2021년 코로나 지원금 지급 당시 불거졌던 사회적 갈등의 재현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14일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오는 22일부터 신청이 시작되는 2차 소비쿠폰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했던 1차와 달리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에게만 지급된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재산세 과세표준 12억 원을 초과하거나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 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를 제외한 뒤, 나머지 국민을 대상으로 올해 6월분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상위 10%를 추가로 선별하는 방식을 택했다.
구체적인 건보료 기준선은 외벌이 직장가입자 기준 1인 가구 월 22만 원, 2인 33만 원, 4인 51만 원 등이다. 맞벌이 가구의 경우 가구원을 1명 추가하는 특례가 적용되어, 2인 맞벌이 가구는 3인 가구 기준인 월 42만 원 이하일 경우 지급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기준이 공개되자마자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맞벌이 직장인 신모(41) 씨 부부의 경우, 매달 60만 원이 넘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해 3인 가구 기준선인 42만 원을 훌쩍 넘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 씨는 "소득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고 있는데, 왜 국가 정책의 혜택에서는 매번 소외되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는 소득세의 70% 이상을 부담하는 계층이 오히려 정책적 배려에서 배제되는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 역시 정책 설계의 문제를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정책 목표가 소비 진작이라면 구매력이 높은 고소득층을 제외할 논리적 이유가 없다"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선별 지급보다 1차 때와 같은 보편 지급이 더 바람직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21년 소득 하위 80%를 기준으로 했다가 탈락자들의 불만이 컸던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90%로 대상을 확대했다는 입장이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소득과 재산 기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며 "불가피한 선별 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경계선에 걸친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조세 형평성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