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증시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혔던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이 현행 50억 원으로 유지된다. 정부는 당초 세수 확보와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자본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라는 대의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연말 '매물 폭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열린 "추석 민생안정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최근 주식시장 상황과 국민적 열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 7월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지속되어 온 시장의 혼란에 종지부를 찍는 선언이다.
당초 정부는 조세 형평성 원칙에 따라 고액 주식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정치권과 시장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낮출 경우, 세금 회피를 위한 연말 집중 매도세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줄곧 "시장 친화적" 정책을 주장하며 대주주 기준 유지 또는 완화의 필요성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해왔다. 최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대주주 기준 완화를 건의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현행 유지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된 바 있다. 결국 정부가 당의 입장을 전격 수용하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정 간의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 증시는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만약 기준이 10억 원으로 강화되었다면, 잠재적 과세 대상자들이 대거 주식 처분에 나서면서 지수 급락은 물론, 해당 종목들의 가치가 왜곡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액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었다. 정부의 이번 결단은 이러한 시장의 연쇄 충격을 사전에 차단하고, 최근 반도체주 강세와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진 증시 상승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안정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현실론이 더 큰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 현행 유지 결정을 통해 단기적인 시장 안정을 꾀하는 한편, 장기적인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정책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이제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거시 경제 지표에 더욱 집중하며 신중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