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마침내 3,400의 벽을 넘어서며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상승 출발하여 장중 한때 3,415.76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강세 흐름을 이어가며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이는 국내 증시가 과거의 박스권 장세를 완전히 탈피하여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랠리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투자 심리를 크게 개선시켰다. 최근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연말을 앞두고 제기되었던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고 시장의 안정성을 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훈풍 역시 지수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를 연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코스피 상승을 견인하는 주도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러한 반도체주의 강세는 관련 장비 및 소재 기업들로 온기를 확산시키며 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귀환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안정적인 원-달러 환율과 더불어 한국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움직임이 외국인들의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최근 반도체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과거 반도체에 편중되었던 것과 달리, 이번 상승세는 조선, 방산, 금융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친환경 선박 수주 증가와 미국과의 방산 협력 강화 등 각 업종별 호재가 이어지면서 건강한 상승 동력을 확보했다. 이처럼 다변화된 주도 업종의 등장은 특정 섹터의 부침에 따라 시장 전체가 흔들릴 위험을 줄이고, 지수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가 상승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도, 동시에 글로벌 금리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잠재적인 위험 요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고, 펀더멘털에 기반한 신중한 투자 전략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사상 초유의 3,400 시대를 맞이한 한국 증시가 앞으로 어떠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