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 단계로, 핵무기 추가 생산을 동결하는 것을 "실현 가능한 현실적 대안"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모든 협상을 진행해 온 기존의 대북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우선시하겠다는 중대한 정책 전환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22일 보도된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인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현 상태에서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분명한 이익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매년 15~20기의 핵무기를 추가 생산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최종 목표만을 위해 성과 없는 시도를 이어갈지, 아니면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일부라도 이뤄낼 것인지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핵 동결'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의 입구로 삼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상호 신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해, 북미 간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최근 심화되는 북·중·러 밀착 구도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 김 위원장이 함께한 장면에 대해 "우리로서는 바람직하거나 좋은 장면은 분명 아니다"라고 평가하며, 한미일 3국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그는 "세계가 두 진영으로 나뉘고 있고 한국은 그 경계선에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한쪽 진영의 끝이 아니라 양 진영이 교류하는 중간쯤에 위치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미일 공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진영 대결 구도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는 유연한 실리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