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결국 전면 백지화됐다. 당·정·대는 25일 협의회를 통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대대적인 수술 대신, 조직 안정을 통한 금융시장 불확실성 해소를 선택한 것이다. 이로써 1년 가까이 금융당국을 뒤흔들었던 조직 개편 논란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이번에 폐기된 개편안의 핵심은 금융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기능별로 쪼개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금융위가 담당하던 금융산업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정책 및 집행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또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금감원에서 떼어내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2008년 금융위 출범 이후 17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으로, 금융 감독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추진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발표 직후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우선 금융당국 내부의 반발이 극심했다. 금융위는 정책과 감독 기능이 분리될 경우,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위기 상황에서 정책 공조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신중론"을 견지해왔다. 금감원 역시 조직의 숙원이었던 독립성 강화는 환영하면서도, 소비자보호 기능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 등을 통한 통제 강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금융시장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개편안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 정책은 기재부, 건전성 감독은 신설될 금감위, 검사는 금감원, 소비자 보호는 금소원이 각각 담당하게 되어 이른바 "시어머니만 넷"이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규제의 일관성이 떨어져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비판이었다.
결국 당·정·대는 이러한 내외부의 비판과 우려를 수용해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고환율·고금리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조직 개편으로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기보다는 현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금융당국은 오랜 불확실성을 털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편안의 시발점이 되었던 금융 감독의 독립성 확보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과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게 됐다. 정부가 '안정'을 택한 만큼, 현 체제 안에서 이러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