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 선을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장기화 우려와 국내 경기 둔화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이날 오전 개장과 함께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16포인트(0.38%) 내린 3,458.98을 기록했다. 전날 외국인 투자자들이 2천억 원이 넘는 순매도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이끈 데 이어, 이날 역시 매도 우위 기조가 이어지며 시장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등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수출 관련 대형주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원화 가치 하락과 맞물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같은 시각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상승 출발하며 장중 1400원 선을 돌파했다.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8월 이후 약 한 달여 만이다.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신중한 통화정책 관련 발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대해 명확한 신호를 주지 않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팽배해지고 안전자산인 달러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대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 지표에 대한 불안감도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가 6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되는 등 내수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출 경기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정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내수마저 흔들릴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향후 금리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미-중 간의 무역 갈등을 포함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변수가 여전히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에 안착할 경우, 수입 물가 상승을 자극하여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이는 다시금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 참여자들은 당국의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여부와 함께 글로벌 자금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투자 전략을 취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