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경찰이 현지에서 한국인 대학생을 납치·고문해 숨지게 한 혐의로 중국인 3명을 기소했다. 정부는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외교적 대응에 나섰으며,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대한 부분 여행금지 조치까지 검토 중이다.
사건은 지난 7월 발생했다. 당시 22살 대학생 박모 씨는 현지 박람회 참석을 이유로 혼자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그러나 출국 일주일 만에 가족들은 아들의 휴대전화로 걸려온 협박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중국 동포 말투를 사용하며 “아들이 사고를 쳤으니 해결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며 5천만 원 이상을 요구했다.
이후 2주가 지나 박 씨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부검 결과 사인은 “고문과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피해자의 부친은 “사망 진단서만 봐도 마음이 찢어진다. 얼마나 잔혹하게 고문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캄보디아 검찰은 중국인 3명을 살인 및 폭력 혐의로 기소했다. 이 가운데 2명은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차량을 운전하던 인물이며, 나머지 1명은 박 씨가 생전에 감금돼 있던 ‘보코산 범죄단지’에서 체포됐다. 해당 단지는 불법 온라인 도박과 인신매매가 잦은 지역으로, 동남아 내 대표적인 범죄 온상으로 꼽힌다.
국내 수사당국도 캄보디아 취업 사기 조직과 연계된 국내 공범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피해자를 캄보디아로 유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포통장 모집책 일부를 체포했으며, 해외 조직과의 연계를 집중 수사 중이다.
유족은 사건 발생 두 달이 넘도록 아들의 시신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부를 중심으로 외교적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주캄보디아 대사관을 통해 현지 정부와 협력하며 신속한 시신 송환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는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이며, 정부는 보코산 일대를 포함한 특정 지역에 대해 부분 여행금지 조치를 검토 중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현지 체류 중인 국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취업 사기, 감금, 폭행 사건과 맥락을 같이한다. 전문가들은 “현지 불법 채용 알선과 범죄 단지를 통한 인신매매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 간 공조 강화와 체계적인 예방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