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의 대표 주자인 금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하며 연일 역사적 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는 미국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과 지속되는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급격히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미 동부 시간 7일, 장중 한때 온스당 4,081달러까지 치솟았으며, 4,013달러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올해 들어서만 50% 이상 급등한 수치로, 전례 없는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금 시세 역시 이러한 국제 금값 폭등의 영향으로 순금 3.75g(1돈)당 판매가가 81만 원을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금값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다. 특히 트럼프 미 행정부가 촉발한 무역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극에 달했다. 시장은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해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금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 역시 금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미 고용시장 냉각 등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나자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리 인하는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려온 것도 수급 측면에서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지정학적 불안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금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도, 기록적인 상승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