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기부 문화를 악용해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남발하고 국가 세수를 빼돌리는 '불성실 기부금 수령 단체'들의 부도덕한 행태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의 관리 감독을 비웃듯 조직적인 '영수증 장사'까지 벌이는 등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탈세 행위로 인해 연간 수백억 원의 세금이 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허위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거나 관련 증빙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적발된 불성실 기부금 수령 단체는 총 880곳에 달한다. 이 중 국세청이 명단을 공개하고 집중 관리하는 199개 단체에서만 부실하게 관리된 기부금 총액이 46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세 수법은 대담하고 조직적이었다. 전북 임실의 한 교회는 대표 가족의 직장 동료들에게 3년간 1억 5천만 원이 넘는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줬고, 한 사찰은 전문 모집책까지 동원해 수수료를 받고 5억 원대의 '가짜 영수증'을 판매하다 적발됐다. 이들은 실제 기부 행위 없이 서류상으로만 기부자를 만들어, 기부자는 부당하게 세액 공제 혜택을 받고 단체는 수수료 수입을 챙기는 방식으로 공생 관계를 유지했다.
이러한 행위는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대다수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전가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기부금 세액 공제 제도는 선량한 기부자들을 위한 제도인데, 이를 악용한 조직적 탈세로 연간 수백억 원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며 "건전한 기부 문화 정착을 위해 철저한 관리 감독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국세청의 관리망에 잡히지 않은 사각지대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적발된 880곳 중 명단이 공개된 199곳을 제외한 나머지 약 680여 곳의 탈세 규모에 대해서는 별도의 통계조차 관리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성실 단체 명단 공개와 더불어, 허위 영수증을 발급받은 개인에 대한 가산세 부과 등 처벌을 강화하고, 전체 기부금 단체에 대한 투명한 회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