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경기도 가평의 한 횟집에서 불이 나 주인 부부와 자녀 2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불길은 순식간에 건물을 삼켰고, 가족은 방범창이 설치된 단칸방 안에 갇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 10분쯤 가평군 청평면의 한 단층 횟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약 3시간 25분 만에 완전히 꺼졌지만, 이 과정에서 40대 부부와 고등학생 딸, 중학생 아들 등 일가족 4명이 모두 숨졌다.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건물은 이미 전면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내부 구조물이 무너져 진입이 어려웠고, 구조대가 가족을 발견하기까지 약 1시간이 걸렸다.
소방 관계자는 “천장이 일부 붕괴돼 구조대 접근이 지연됐다”며 “진입 시 내부 온도와 연기가 심해 안전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망한 가족은 평소 식당 안쪽 3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에는 출입문 외에는 창문 하나뿐이었는데, 방범용 쇠창살이 설치돼 있어 탈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웃 주민은 “불이 난 직후 주인 부부와 통화를 했는데, ‘불이 번져서 너무 뜨겁고 문이 막혀 못 나가겠다’고 말했다”며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연기가 너무 심했다”고 전했다.
화재 당시 식당 안에는 별도의 비상구가 없었으며, 출입문은 불길로 차단된 상태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기 누전, 가스 누출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발화 원인을 조사 중이다.
가평소방서 관계자는 “내부가 전소돼 발화 지점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 사망자 4명에 대한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가평 지역에서는 상가 건물의 불법 개조 및 방범창 설치 기준에 대한 안전 점검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형 음식점이나 숙박시설의 경우 비상구 확보와 방범창 탈출구 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며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