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김 원내대표가 대출 규제 강화를 옹호하자, 국민의힘은 그가 보유한 서울 송파구 잠실의 고가 재건축 아파트를 정조준하며 "내로남불" 공세를 퍼부었고, 김 원내대표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라며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이번 논란은 16일 김 원내대표가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그는 "수억, 수십억씩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것이 맞나. 빚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맞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힘을 실었다. 이 발언 직후 국민의힘은 김 원내대표가 시세 35억 원을 상회하는 잠실 장미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 원내대표는 ‘우리는 이미 다 샀다, 이제부터 너희는 못산다’고 국민에게 말하는 것"이라며 "재건축을 노리는 송파 장미아파트를 대출 한 푼 없이 전액 현찰로 샀나"라고 직격했다. 이는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여당 지도부가 정작 자신들은 고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정책의 정당성을 흔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공세는 당내 다른 의원들로 확산됐다. 조정훈 의원은 김 원내대표의 아파트가 전세 세입자를 둔 "소위 갭투자"라고 규정하며 "부동산을 언급하려면 일단 갭투자한 장미아파트부터 팔고 오시라"고 압박했다. 박정훈 의원 역시 "공무원만 했던 김 원내대표는 무슨 돈으로 이 아파트를 구입했나"라며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권력자들만 집 사고 일반 국민은 서울에 집 사지 말라는 건가"라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전선을 넓혔다.
야권의 파상공세에 김병기 원내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아파트와의 인연을 상세히 공개하며 국민의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 '대표에 따르면 그는 1980년부터 부모님과 함께 장미아파트에 거주했으며, 1998년 같은 단지 내 11동을 매입했다. 이후 2003년 현재 보유 중인 8동으로 이사해 2016년 지역구인 동작구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13년간 실거주했다.
김 원내대표는 "1998년과 2003년 당시에는 '재건축'의 '재'자도 나오기 전"이라며 투기 목적의 매입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장기간 직접 거주했기 때문에 "갭투자와도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자금 출처에 대해서는 "11동 판 돈과 아내가 알뜰살뜰 모아 놓은 돈으로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국민의힘의 공세를 "근거 없는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한동훈 전 대표는 걸핏하면 정치생명을 걸자고 하던데, 거실 거냐"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번 공방은 부동산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갖는 폭발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이념적 대립이 정치인의 개인 자산 검증으로 번지면서, 정책의 본질적인 논의보다는 감정적인 대립과 정치적 공방만 격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