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건희 씨가 법정에서 자신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처음으로 대면했다. 전 씨는 오늘(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심리로 열린 김 씨의 뇌물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논란의 핵심 증거물인 6천만 원대 영국 그라프사의 나비 목걸이와 샤넬 가방들을 김 씨에게 전달했다고 정면으로 증언했다. 전 씨는 또한 김 씨로부터 "물건을 잘 받았다"는 연락까지 직접 받았다고 밝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해 온 김 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오늘 재판은 두 핵심 인물이 사건 이후 처음으로 공식 대면한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피고인석에 앉은 김건희 씨는 전 씨가 증인석으로 들어설 때부터 시선을 고정하는 등,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수차례 전 씨를 오랫동안 쳐다보는 모습이 목격됐다. 전 씨는 이러한 김 씨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특검의 신문에 비교적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전 씨의 증언은 금품 전달 과정의 구체적인 경로를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 2022년, 자신의 처남 김 모 씨와 김건희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경옥 전 행정관을 통해 해당 목걸이와 가방들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이 물품들을 다시 돌려받는 과정 역시 동일한 경로로 이루어졌으며, "다시 가져가라"고 말한 사람도 김건희 씨 본인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김 씨가 금품의 수수와 반환 과정 모두를 인지하고 관여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전 씨는 증언을 마치기 전 재판부에 발언권을 따로 요청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모든 걸 분실했다고 했던 것도 마지막 종착지는 어차피 김건희 씨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자신이 수사 기관 등에서 사실과 다른 허위 진술을 해왔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동시에, 그러한 진술의 배경에 김 씨의 영향력이 있었음을 강력히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건희 씨가 거짓말을 시켰느냐"는 특검의 직접적인 질문에는 "그 부분은 내 재판에서 말하겠다"며 즉답을 회피해 여지를 남겼다.
이날 재판에서는 전 씨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물증도 공개됐다. 특검은 김 씨가 샤넬 가방 등을 전달받고 약 열흘 정도 지난 시점에, 금품의 출처인 통일교 측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과 나눈 통화 녹음을 재생했다. 해당 통화에서 김 씨는 윤 전 본부장에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답하자, 김 씨는 함께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인삼 가루도 먹다 보니 몸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화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은 이어 윤영호 전 본부장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윤 전 본부장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로부터 (김 씨에게) 가방 등 선물을 하는 것을 승인받았다"고 증언해, 해당 금품이 전 씨 개인이 아닌 통일교의 조직적인 청탁의 일환이었음을 재확인했다. 뇌물 공여 혐의의 당사자가 피고인 면전에서 금품 전달 사실을 증언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통화 녹음과 청탁의 출처를 입증하는 또 다른 증언까지 더해지면서, 김건희 씨는 재판 과정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